정신병원 강제입원 위헌 여부, 헌재 공개변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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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자유-자기결정권 침해… 구금 악용도” vs “환자 방치 막고 적절한 치료 위해 불가피”

2013년 11월 집에서 잠을 자던 박모 씨(60·여)는 갑자기 들이닥친 응급환자 이송단 3명에게 포박당해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으로 끌려갔다. 박 씨가 관리하는 수십억 원의 재산을 탐낸 자녀들이 갱년기 우울증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정신병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박 씨는 입원을 완강히 거부했지만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코끼리도 쓰러뜨린다는 ‘코끼리 주사’를 맞고 기저귀가 채워진 채 일체의 통신과 면회가 제한됐다.

이듬해 1월 병원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이웃과 가까스로 통화한 박 씨는 변호인을 구해 인신 보호 구제를 신청했다. 박 씨의 반격에 자녀들은 병원을 옮기는 등 훼방을 놨다. 구제 절차가 수개월간 늘어지는 동안 집안 가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소유한 건물도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주지 못해 강제 경매로 넘어갔다. 가톨릭병원의 감정 결과 박 씨의 정신 상태는 ‘정상’이었다. 입원 당시 가혹 행위와 수치심에 자살까지 생각한 박 씨는 겨우 안정을 찾아 가족의 동의와 전문의 진단만 있어도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 1, 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했다.

1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 변론에서는 박 씨의 자녀들처럼 이해가 충돌하는 보호 의무자나 수익 당사자인 의사에 의해 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것이 정당한지가 쟁점이 됐다. 최근 흥행 중인 영화 ‘날 보러 와요’처럼 멀쩡한 사람에게 정신병자 낙인을 찍어 격리하는 오남용 사례가 현실에서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박 씨 측 주장이었다.

박 씨를 대리한 권오용 변호사는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입원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가족에게 입원 신청권만 주고 입원 필요성은 법원 등 독립된 제3의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은 의사 역시 입원 수익이나 국가 보조금 때문에 치료만을 위한 판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측 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는 “이 법은 가정이나 비인가 시설에 방치됐던 정신질환자들의 적시 치료와 인권 보호를 위해 1995년에 제정됐고 가족과 의사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합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정신병원#강제입원#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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