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고 싶어” 10남매 둔 40대 부부, 자녀들 학교 못 보내…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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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고 싶어요.”

40대 부부가 사업에 실패한 뒤 사채업자를 피해, 도피생활을 하다 자녀 10명 중 7명을 초등학교조차 입학시키지 못했다. 초등학교 미 진학 자녀 3명은 성인이 됐지만 아직 자녀 4명은 초중학교를 다닐 또래다. 이들 4명은 집에서 함께 독학을 하며 한글을 깨우쳤다. 이들 4명은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각계 기관은 지원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A 씨(43)의 자녀 10명 중 7명이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A 씨의 아홉 번째, 열 번째 자녀가 교사면담에서 ‘언니 오빠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는 학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자녀는 7세부터 26세까지 5남 5녀다. A 씨는 1998년 사업에 실패하고서 주민등록을 말소했다. 그의 1~4째 자녀는 출생신고를 했으나 주민등록이 없어졌다. 또 5~8째 자녀는 아예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A 씨의 부인은 “사업 실패로 사채에 시달려 도피생활을 하느라 아이들 출생신고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2006년 주민등록을 다시 살려 아홉 번째, 열 번째 자녀는 출생신고가 돼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A 씨 부부는 사회생활을 하는 세 자녀를 제외한 자녀 7명과 함께 좁은 17㎡짜리 주택에 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달 19일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정돼 양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A 씨는 현재 몸이 아파 집에서 쉬고 있다. A 씨의 부인이 일당 8만 원을 벌여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교육당국은 A 씨의 미 진학 자녀 4명을 지역아동센터에서 일대일 집중교육을 시키거나 대안학교에 보내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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