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독특한 건축물 ‘크테시폰’ 복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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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아일랜드 신부가 건축… 聖이시돌목장에 원형에 맞게 제작

제주시 성이시돌목장에 남아 있는 크테시폰. 임피제기념사업회 제공
제주시 성이시돌목장에 남아 있는 크테시폰. 임피제기념사업회 제공
1960년대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제임스 맥글린치(한국명 임피제·86) 신부가 제주 지역 목장에 건축한 ‘크테시폰(Ctesiphon)’이 복원된다.

임피제신부기념사업회(회장 박승준)는 제주시 안덕면 평화로변 성(聖)이시돌목장에 있는 크테시폰을 원형에 맞게 복원한다고 31일 밝혔다.

현재 남아있는 크테시폰은 제주 개척시대 농가 주택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일부분이 무너지고 파손됐다. 텐트를 연상시키는 크테시폰은 합판으로 지붕과 벽체의 틀을 만들어 고정한 후 억새, 시멘트 등을 덧발라 완성하는 건축양식으로 호주 출신 제임스 월러가 1922년 이라크 고대 유적지인 크테시폰을 방문한 뒤 영감을 얻어 창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로 제주 한림공소(현 한림천주교회)에 부임한 맥글린치 신부는 1961년 기업형 목장인 성이시돌목장을 설립한 후 축산기술을 보급하면서 크테시폰을 지었다. 당시 200여 채 만들어져 성당을 비롯해 주택, 창고, 돈사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다. 현재 제주 지역에 크테시폰 양식의 건축물 10여 채가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양에서 유입된 건축 양식이 대부분 수도권을 거쳐 지방으로 확산된 반면 크테시폰은 제주에서 육지로 확산된 특징이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독특한 건축 양식인 크테시폰이 최근 영화 광고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어 복원 사업을 통해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열린 크테시폰 활용 방안 토론회에서 건축 관계자들은 크테시폰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해 등록문화재 지정 등을 거쳐 문화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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