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 개관 70주년… ‘기억의 문’을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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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까지 특별전시회 개최… 고려청자 등 유물 1만여 점 전시
4개 분관서 연중 다양한 문화행사… 인천의 역사적 가치 후손들에 전해

1946년 인천 중구 자유공원 인근 세창양행 사택에 처음 문을 열었던 인천시립박물관(왼쪽). 박물관은 1990년 연수구 청량로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1946년 인천 중구 자유공원 인근 세창양행 사택에 처음 문을 열었던 인천시립박물관(왼쪽). 박물관은 1990년 연수구 청량로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국내 최초의 공립 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이 다음 달 1일 개관 70주년을 맞는다. 박물관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 4월 1일 중구 자유공원 인근에 있던 무역상사인 세창양행 사택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한국 미술 제1세대 평론가로 불리는 석남 이경성 선생(1919∼2009)이 초대 관장을 맡았다. 당시 미 군정청과 인천 지역 문화예술인의 협조를 얻어 인천향토관에 있던 선사시대와 개화기 유물 등을 가져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빌린 유물과 광복된 뒤 일본이 가져가지 못해 세관 창고에 쌓여 있던 유물 등 346점을 전시했다.

하지만 6·25전쟁 때 치열한 격전이 치러진 인천상륙작전(1950년 9월)으로 인해 박물관 건물이 훼손되면서 문을 닫았다. 당시 이 관장이 박물관 소장품을 포장해 방공호로 옮겨 유실을 막았다. 또 1951년 1·4후퇴 때 주요 유물을 기차에 실어 부산으로 이송한 뒤 국립중앙박물관 임시사무실에 보관한 덕분에 유물 상당수가 온전히 남게 됐다.

1953년에는 개항기(1901년) 외국 사절들의 사교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인천 중구 자유공원 길목의 ‘제물포구락부’로 박물관을 옮겼다. 1990년 5월 현 위치인 연수구 청량로에 고인돌을 형상화한 건물을 새로 지어 박물관을 이전했다. 박물관 면적은 2700m² 규모로 출발했지만 2006년 증축해 총 5728m²로 확장했다.

제1역사실에서는 인천의 발상지인 문학산 일대와 계양산 주변에서 발굴된 선사시대∼고려시대 유물을 만나게 된다. 계양구 동양동에서 발굴된 백제시대(4세기경) 토광묘와 돌도끼 돌검, 서구 경서동에서 출토된 서민 도자기인 녹청자, 강화 지역에서 발굴된 각종 도자기가 전시돼 있다.

제2역사실에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전까지 인천의 자료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1883년의 개항을 기점으로 밀려드는 서구 문물의 한가운데 서 있던 인천의 변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18년 완공된 인천항 갑문의 모형과 개화기 인천의 모습이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다. 공예실에서는 삼국시대에 많이 쓰이던 토기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사기 등이 전시돼 있다. 이 밖에 기획전시실과 서화실 기증실 야외 전시장 등이 설치됐다.

박물관 소장 유물은 1만여 점에 이르며 연간 10만 명이 찾고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과 검단선사박물관, 송암미술관, 전시장인 컴팩스마트시티 등 4개 분관을 두고 있어 연중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에서 출토되는 문화재를 직접 발굴 조사한 뒤 관리할 수 있는 기관으로 공인받았다. 박물관이 문화재청에 ‘매장 문화재 발굴 조사 및 지표 조사 기관’으로 정식으로 등록됐다.

박물관은 4월 1일 기념식과 함께 초대 관장인 석남 선생의 공을 기리기 위한 흉상 제막식을 연다. 흉상 제작비를 부담한 새얼문화재단은 1992년에도 인천 출신으로 한국 미학 연구의 선구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1905∼1944)의 동상을 박물관에 세웠다.

박물관은 이날부터 6월 9일까지 ‘박물관 70년, 기억의 문을 열다’라는 제목의 특별전시회를 연다. 1부(유물의 뒤섞임과 향토)와 2부(고적의 조사와 향토의 발굴), 3부(향토의 완성, 그 너머)로 각각 나눠 박물관이 발전한 과정을 보여 준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광복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첫 공립 박물관이 문을 연 것은 자랑스러운 인천 문화의 역사”라며 “인천의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032-440-6750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시립박물관#기억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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