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배정 대가로 뒷돈 챙기고 강의평가 조작한 유명 대학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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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강사에게 강의를 배정해준 뒤 실제로는 다른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수업료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1억 원 이상의 돈을 챙긴 서울의 유명 대학 교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시간강사들에게 강의 배정 대가로 1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서울 모 대학 교수 이모 씨(45)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강의를 하지 않고 수업료만 받아 챙긴 시간강사 김모 씨(43)와 이 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시간강사 고모 씨(45)도 함께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 대학이 설립한 평생교육원 생활체육학과 교수인 이 씨는 2012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고모 씨에게 강좌를 배정해주고 고 씨에게 나오는 수업료 465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고 씨에게 배정된 수업은 다른 강사가 진행하도록 하면서 이 씨는 아예 고 씨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건네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이 씨는 또 다른 시간강사에게 수업을 배정해준 대가로 500만 원을 받고 레저스포츠 교육업체를 운영하는 대학 후배를 실습강사로 추천하고 업체에게 지급되는 실습비 5500만 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이 씨는 강의평가에도 손을 댔다. 학생 81명의 포털 사이트 계정을 도용해 강의평가를 조작했다. 강의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다음 학기 수업 배정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시간강사들은 이 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학교 측은 2014년 말 내부 감사를 통해 이 씨가 강의평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번에 입건된 김 씨 등 일부 시간강사들은 전혀 강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모른 채 수업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관계자는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점은 인정한다”며 “평생교육원 같은 부설기관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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