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회복단계… 정부 “공기전염 안돼 확산 가능성 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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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지카 감염]보건당국, 지카 관리단계 ‘관심’ 유지

한국인 첫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입원 중인 광주 전남대병원 격리병동. 첫 감염자 A 씨는 발열, 발진, 근육통 등 증상이 거의 사라져 회복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한국인 첫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입원 중인 광주 전남대병원 격리병동. 첫 감염자 A 씨는 발열, 발진, 근육통 등 증상이 거의 사라져 회복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보건당국은 22일 지카(Zika) 바이러스의 국내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2차 확산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 수혈, 성관계 등을 통해 감염을 일으키지만 호흡기, 단순 신체 접촉 등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 감염자 A 씨(43)는 귀국 후 헌혈한 적이 없다. 보건당국은 감염병 관리 단계도 현재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소두증을 제외하면 증상의 중증도가 낮고,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한 남미 국가별 사망자도 최대 3명에 불과하다.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인 A 씨의 팔에 나타난 발진 모습. 보건당국은 비슷한 증상이 있을 경우 전화 109번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한국인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인 A 씨의 팔에 나타난 발진 모습. 보건당국은 비슷한 증상이 있을 경우 전화 109번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 감염자는 회복, 지역은 긴급 방역

전남 광양 지역의 한 회사에 다니던 A 씨는 현재 전남대병원 1인 음압병실에 입원해 있지만 발열 발진 등의 증상이 거의 사라져 회복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11일 입국한 A 씨가 16일부터 증상을 보인 점으로 미뤄 2주 잠복기를 감안하면 2∼9일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희창 전남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현재 두통 근육통 발진이 거의 사라졌고, 내일부터 퇴원 시점을 질병관리본부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80%에서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다. 근육통 발진 결막염 등 가벼운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올해 환자 2명이 발생한 일본은 자가 치료만 했을 뿐이다. 환자 13명이 발생한 중국은 입원 치료를 통해 증상을 지켜봤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첫 감염자의 가족과 동료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해 추가 환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는 A 씨가 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부인의 동의를 얻어 유전자 검사 등 역학조사를 할 방침이다. A 씨와 함께 브라질을 방문했던 동료들은 아직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보건소는 모기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4월 초부터 일부 모기 성충이 활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방역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광양보건소는 이날 ‘집 주변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라는 마을방송을 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보냈다.

○ 의심환자 신고 지침 잘 안 지켜져

하지만 첫 환자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지카 바이러스 의심환자 신고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고 지침에 따르면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 중 한 가지 증상 그리고 근육통, 관절통, 두통, 결막염 중 한 개의 증상이 나타나고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보건소에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A 씨는 11일 귀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다. 그러다가 16일부터 섭씨 37.5도 이상의 발열과 미세한 근육통, 구역질 증상이 나타나 18일 전남 광양의 선린의원을 방문했다. 첫 병원 방문 때 이미 발열, 근육통, 브라질 방문 등 신고 조건이 모두 해당됐다.

그러나 박모 원장은 브라질 방문 사실을 듣고도 “단순 감기몸살 또는 노로 바이러스의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두고 보자”며 약과 주사만 처방하고 신고는 하지 않았다. A 씨는 19일 온몸에 발진이 생기자 인터넷에서 지카 바이러스 증세, 반점 사진 등을 검색해 스스로 감염 가능성을 타진하다 21일 해당 병원에 재방문했고, 박 원장은 뒤늦게 보건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박 원장은 “의사가 허리 아픈 환자에게 모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권하지는 않는다”라며 “첫 번째 진료 때 환자가 ‘브라질에 다녀왔지만 모기에는 물리지 않았다’고 했고 발진이 확인되면 바로 병원에 오라고까지 했는데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받아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 씨가 약물 부작용 가능성을 계속 이야기했지만 그를 설득해 혈액검사를 받게 한 뒤 신고했다”며 “차라리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억울함과 괴로움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흰줄숲모기.
흰줄숲모기.
이 때문에 최초 감염자의 증상이 애매해 진단에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도 보건당국이 의심환자 신고 지침을 더 강하게 적용하고 일선 병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절기인 요즘 독감 환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A 씨와 비슷한 경우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처음 병원 방문 때 지카로 확신하기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 “해당 의사가 왜 신고를 바로 안 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당국이 지카 바이러스 예방 및 신고 지침을 일선 병원에 내렸는데, 일선 병원에서 숙지하고 있는 정도가 다른 것 같다”며 “올해 여름 브라질 올림픽 때 수천 명이 오갈 텐데, 의료계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 광양=이형주 기자
#지카 바이러스#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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