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녀오더니 예뻐졌네”… 외국인 환자, 미용이 내과 앞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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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진흥원 분석
“성형-피부-치과 진료 계속 늘어… 2015년 암-신장질환 등 추월한 듯”

미국인 로즈 페르난데스 씨(57·여)는 8세 연하인 남편과 손을 잡고 걸으면 “모자(母子) 사이가 돈독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남몰래 울곤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주름 개선 시술을 받은 뒤 ‘의료 한류’ 전도사가 됐다. “20년은 젊어 보인다”며 부러워하는 친구들을 주말마다 국내 성형외과에 데려다주는 게 일상이 된 것. 페르난데스 씨는 “한국의 성형 기술에는 태평양을 건너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페르난데스 씨처럼 성형과 치아미백 등 미용 목적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를 찾은 외국인 수가 암과 신장질환 등 질병 치료를 받기 위해 내과 등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수를 지난해 처음으로 앞질렀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15일 밝혔다.

2014년 전체 외국인 환자 35만5389명 중 성형외과·피부과·치과 환자가 7만7876명(21.9%)을 기록해 내과 환자(7만9377명)에 근접하는 등 미용 목적 여행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09년 791명에서 2014년 2만4854명으로 급격히 늘며 ‘성형 한류’를 주도하는 중국인 성형외과 환자도 이 같은 추세에 한몫했다.

이에 성형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제이케이성형외과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 6명 중 2명은 중국인, 1명은 러시아인이었다. 상담실에는 중국의 인기 작가 웨민쥔(岳敏君)의 그림이 걸려 있었고, 건물 네 번째 층은 ‘4층’ 대신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인 ‘8층’으로 표기돼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중국인 환자는 출신 지역에 따라 억양이 다르기 때문에 베이징어와 광둥어를 잘 쓰는 중국인 직원을 구분해서 고용해 맞춤형으로 상담한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에 문을 연 ‘메디컬코리아지원센터’에도 성형수술 관련 문의가 주로 들어온다. 미용 목적의 성형에 붙던 부가세 10%를 4월부터 환자에게 환급해주는 제도와 관련해 절차와 자격 요건을 묻는 식이다. 복지부는 센터 내에 아예 부가세 환급 창구를 개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자로부터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일부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당국은 6월부터 유치업자가 ‘과도한’ 수수료를 받으면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수수료의 적정 수준에 대해선 기준을 내놓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치업체의 소개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가 5년 새 10배로 늘어난 점을 감안해 조속히 관리 기준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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