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외지인 농지소유에 철퇴… 난개발 막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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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면적 18배 농지 폐허로 방치… 비정상 관리 소유주 불러 청문회 개최
소명 부족땐 농지처분 명령 내리기로

15일 제주시 도두1동 도로변 1630m²의 농지. 해안가 전망이 좋은 땅이지만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빈 페트병, 버려진 신발, 구겨진 캔 등이 널려 있어 마치 쓰레기장 같았다. 봄 파종을 위해 정갈하게 정돈된 인근 밭과 대조적이다. 보리, 콩 등을 재배했던 땅이지만 지난해 2월 소유권이 바뀐 뒤로 방치되고 있다. 주변에 펜션, 횟집 등이 즐비해 외지인이 시세 차익이나 개발 이익 등을 노리고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농지 소유주는 행정기관 청문회에 참석해 농지 방치 이유와 대책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면 처분명령을 받는다.

○ 불법 난개발 철퇴


제주에 주소를 두지 않은 외지인이 농지를 편법으로 취득해 난개발을 하는 행위에 대해 철퇴가 내려진다. 제주도는 공무원과 민간 조사원 등을 동원해 외지인이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4월 30일까지 취득한 농지 1만2698필지(1756만5000m²)에 대한 활용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대상 면적의 31.7%에 이르는 557만3000m²가 비정상적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 면적(30만 m²)의 18.6배에 이르는 규모다.

비정상 관리 농지 가운데 85.6%인 477만1000m²는 농사를 짓지 않은 채 방치됐고 20만3000m²는 건축 자재를 쌓아두는 등 무단으로 전용됐다. 59만9000m²는 농지 주변지역 농민 등에게 임대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소유주는 모두 3354명이었다. 거주지별로 수도권이 1969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남권 1411명, 충청권 370명, 호남권 263명, 강원권 21명 등이었다.

제주도는 이들 농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소명이 부족하거나 불참하면 농지법에 따라 1년 이내에 ‘농지처분 의무’를 부과하고 정해진 기간에 처분하지 않으면 ‘농지처분 명령’을 내린다. 이마저 불응하면 농지를 정상화할 때까지 농지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해마다 부과한다. 제주지역 거주자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도는 2단계로 도내 거주자의 취득 농지, 3단계로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 농지에 대해 실제 경작 여부를 조사한다.

○농지매매 지속 관리

제주도는 ‘광풍’으로 불릴 정도로 제주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세 차익 등을 노린 투기세력이 농지를 잠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농지의 수요와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할 수 없는 농업법인에 대해서도 최근 시정명령을 내렸다. 행정지도를 이행하지 않은 84개 농업법인에 대해 해산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농업법인을 설립해 농지를 매입한 뒤 여러 필지로 분할해 분양주택을 짓거나 분양하는 투기행위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 ‘농지기능 관리강화 방침’을 발표하고 곧바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외지인의 농지 취득에 따른 농업경영계획서 심사를 강화하고 농지를 취득하고 1년간 농사를 짓고 난 뒤 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우철 제주도 친환경농정과장은 “농지관리 강화 방침이 발표된 뒤 이전에 비해 외지인 농지 취득이 4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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