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재 점화한 12년 전 성폭행 사건…경찰서에 항의 폭주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3월 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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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12년 만에 재가열 됐다. 최근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내용을 다룬 게 계기가 됐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월 밀양에 사는 고교생 수 십명이 여중생 자매를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일이다. 당시 검찰은 가해 혐의자 44명 중에서 10명만 기소, 나머지 20명은 소년부로 송치하고, 13명은 피해자 부모와 합의 등의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기소된 10명 마저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결됐다.

드라마는 ‘인주 여고생 성폭행 사건’이라는 허구의 내용을 그렸지만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전개가 비슷해 사건의 가해자로 소문난 인물들의 사진과 신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드라마 내용 중, 형사 처벌 받은 가해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 지역 유명인사의 친인척이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축소했다는 의혹 등을 밀양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연관지으며 공분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한 명인 A 씨는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A 씨는 “같은 고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해고당했다”며 “친구를 위해 진술을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경찰 조사를 받은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잊을 만 하면 개인 신상이 공개 되고 강간범 취급을 받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토로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사람 중에는 여성 경찰도 있다.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고3 학생이던 의령경찰서 B 경장은 친구였던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던 사실이 2012년 경찰에 임용된 후 알려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B 경장이 직접 사과문을 내고, 2주간 대기발령 조치를 받으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으나 최근 ‘시그널’이 방영된 후 아예 해임하라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B 경장은 현재 며칠간 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운 것으로 전해진다. 의령 경찰서 관계자는 “B 경장을 비난하는 항의전화 폭주로 민원실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드라마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A 씨와 B 경장 등은 영화 돈크라이 마미,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 등 대중매체를 통해 해당 사건이 상기될 때 마다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무차별 신상털이로 무고한 사람들을 가해자로 몰아붙여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 철없던 시절 친구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올린 글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며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반박 글도 만만찮다.

네티즌들의 무조건적인 공분은 당국의 답답한 수사 과정과 결과 탓에 네티즌 스스로 가해자를 처벌하려는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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