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승용차가 왜 사이렌을… 경찰 암행 단속 첫날 동행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아! 암행순찰차에 딱 걸렸네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 김동철 경장이 1일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죽전간이정류장 인근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하다 적발된 승합차 운전자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하고 있다. 검은색 승용차는 이날 처음 시범 운영을 시작한 경찰의 암행순찰차다. 용인=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 김동철 경장이 1일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죽전간이정류장 인근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하다 적발된 승합차 운전자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하고 있다. 검은색 승용차는 이날 처음 시범 운영을 시작한 경찰의 암행순찰차다. 용인=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천천히 갓길로 나오세요. 경찰입니다.”

1일 오전 9시 40분경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 부근에서 부산 방향으로 달리던 검은색 쏘나타에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4차로를 달리던 쏘나타는 순식간에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던 회색 승합차 오른쪽 차로로 따라붙어 단속에 나섰다. 승합차 운전자 김모 씨(59)는 그제야 경찰의 ‘암행 순찰차’에 적발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암행 순찰차의 안내방송과 수신호에 따라 안전지대인 죽전간이정류장에 차를 세웠다.

순찰차에서 내린 김동철 경장(35)은 “암행단속 중인 경찰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위반으로 적발됐습니다”라며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9인승 이상 승합차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려면 6명 이상 탑승해야 하지만 김 씨의 차에는 두 명만 타고 있었다. 김 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잠깐 차로 변경을 하려고 버스전용차로로 들어왔는데 순찰차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본보 취재팀은 이날 처음으로 투입된 암행 순찰차에 동승해 경기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 소속 윤광득 경사(48)와 김 경장이 단속하는 현장을 지켜봤다. 암행 순찰차는 보닛과 앞좌석 양쪽에 경찰 마크가 붙어 있지만 얼핏 보기에는 일반 승용차와 똑같다. 다른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도로를 달리다가 단속 대상을 포착하면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린다. 차량 뒤쪽 전광판에는 ‘경찰입니다. 법규 위반 단속 중입니다. 우측으로 이동하세요’라는 안내 글이 표시된다.

경찰은 단속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난폭운전이나 기타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 암행 순찰차를 도입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기자가 동승한 암행 순찰차는 단속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한 승용차 3대를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김모 씨(45)를 현장에서 체포하는 수확도 있었다.

생각지 못한 단속에 반발하는 운전자들도 나왔다. 업무차 급하게 경기 평택으로 가다 버스전용차로 위반으로 적발된 박모 씨(53)는 “교통법규야 지켜야겠지만 이렇게 ‘함정’을 만들어 단속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푸념했다.

암행 순찰차는 6월 말까지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에서 신탄진 나들목까지 134km 구간 서울·부산 방향 차로에서 총 2대가 운영된다. 7월부터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에 1대씩을 추가하는 등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고속도로순찰대 부대장 문숙호 경감은 “암행 단속의 목적은 단속 실적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교통법규 위반을 사전에 억제하는 것”이라며 “암행 단속이 늘면 운전자들도 언제 어디서나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남=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경찰#암행 단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