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주정치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정치 참여 방법은 선거다. 선거는 국민의 의사를 대신해 정책을 결정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일이다.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부시 vs 고어)를 풍자한 영화 ‘스윙보트(Swing Vote)’에서 주인공 케빈 코스트너의 초등학생 딸로 나오는 ‘몰리’는 수업시간에 친구들 앞에 나와 투표가 왜 중요한지 이렇게 말한다.
“세계의 모든 위대한 문명은 같은 길을 따라 왔습니다.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우리가 이런 역사에서 벗어나려면 순환 고리를 깨야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복되는 역사의 악순환 고리를 깰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투표’이며, 투표는 삶을 바꾸고 나아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어린이가 한 말이지만 가슴속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20대 총선에서도 누군가는 한 표를 던질 것이고 또 누군가는 한 표를 포기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기권하는 것도 일종의 의사 표시이자 권리라고 한다. 또 혹자는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막는 것이 투표라고도 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선거제도가 생긴 이래 한 표가 역사를 바꾼 사례는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권자들이 이를 안다면 한 표에 담긴 가치를 새삼 중요하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하고 전 세계를 불행에 빠뜨렸던 아돌프 히틀러는 단 한 표 차로 나치당의 당수가 됐다. 1839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서는 현직 주지사 에드워드 에버렛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해 결국 한 표 차로 패배했다. 국내에서도 한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된 경우가 있었고, 심지어 두 후보가 같은 표를 얻어 연장자가 당선인이 된 사례도 있었다.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내 삶과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바꿀 가장 강력한 수단인 참정권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 민주시민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으로 비유한다. 그 꽃이 싱싱하게 펴 국민에게 즐거움을 안겨줄지, 시들어 버려 국민에게 외면당할지 그것 역시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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