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상인이 마음 여니… 손님 지갑도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소통으로 대박’ 도봉구 신창시장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은 8월부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손님과 상인의 관계형성’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한 이후 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신창시장 제공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은 8월부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손님과 상인의 관계형성’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한 이후 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신창시장 제공
“매상이 20%는 늘었어요. 다들 힘든데 이 정도면 정말 대박이에요, 대박.”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 상인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해 초 시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 근심에 쌓여 있던 것과는 딴판이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는 상인들이 “개미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시장이 썰렁했었다.

그랬던 신창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 8월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이벤트와 실험을 진행한 덕분이다. 주제는 ‘손님과 상인과의 관계 형성’. 상인과 손님의 대화가 영업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추진한 것이다.

○ 추억 되살리고 요리도 배우고

신창시장의 시도는 상인과 손님이 일대일로 대화하고 흥정도 가능한 전통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상인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시끌벅적 캠페인’. 손님들로 북적북적했던 옛 시장의 추억을 살려보자는 취지다. 한 달에 2번 떡메치기와 군것질데이, 차례상 차리기, 김장나눔 등 행사로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상인들과 손님 사이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다. 작은 물건을 사더라도 덤을 주면서 정(情)을 나누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유명 셰프도 초청했다. 오세득 김소봉 셰프가 직접 시장에서 장을 보고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를 만들었다. 셰프들은 시장 음식점에 직접 요리법을 알려줬다. 매번 같은 메뉴로 손님을 맞이하는 대신 새로운 메뉴로 신선한 이미지를 주자는 전략이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인 강은숙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 교수의 ‘오늘 뭐 먹지’는 주부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매주 4차례 시장을 찾은 주부들에게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무료로 알려줬다. 참여한 주부들은 하나라도 빠뜨릴까 미리 준비한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동네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님의 눈높이에 맞춘 컨설팅도 인기 만점이었다. 두부가게는 구석에 있던 주방을 앞쪽으로 옮기고 투명 아크릴로 두부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콩고기 등의 메뉴도 만들어 변화를 주는 등 손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전통시장 활성화도 소통이 정답


4개월에 걸친 노력의 결과는 놀라웠다. 시장 내 점포 매출은 평균 10∼20% 올랐다. 한 달 만에 매출이 30%가량 늘어난 가게도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달 신창시장 상인 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월평균 점포 매출액은 1055만 원으로 이전보다 169만 원이 늘었다. 상인 10명 가운데 6명 이상(63.9%)이 주민과 상인과의 관계 형성 프로그램을 이유로 꼽았다.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관계 형성 프로그램 때문에 시장을 찾는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프로그램 진행 전인 5월 1인당 구매 횟수가 0.6회였지만 6개월이 지난 11월에는 1.5회로 늘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도봉구#신창시장#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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