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무개념 유커에 ‘출입금지’ 내건 매장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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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화장실 女불쑥, 담배 문채 활보, 쓰레기 투기… 상인들 “관광 에티켓 지켜주세요”

27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자동차 판매대리점 입구에 ‘유커 출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리점 측은 매장에 들어와 
영업을 방해하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골머리를 앓다가 이런 안내문을 붙였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27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자동차 판매대리점 입구에 ‘유커 출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리점 측은 매장에 들어와 영업을 방해하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골머리를 앓다가 이런 안내문을 붙였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엇, 여기는 남자 화장실인데….”

이달 중순 직장인 임모 씨(32)는 서울 광화문 인근 고급 식당이 들어서 있는 건물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순간 멈칫했다. 화장실에는 40, 50대로 보이는 중국 여성 관광객 7명이 무리 지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거나 거울을 보고 있었다. 막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 칸에서 나오는 여성도 있었다.

임 씨는 여자 화장실에 잘못 들어온 줄로 착각하고 표지판을 다시 확인했지만 분명 남자 화장실이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이들은 당황하거나 민망해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전에도 한 중국 여성이 남자 화장실을 쓰다가 나를 보고 황급히 나간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이들의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내가 머쓱해졌다”고 말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발길이 끊겼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다시 늘면서 일부 관광객의 길거리 흡연, 쓰레기 버리기, 고성방가 등 지나친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광화문, 청계천, 홍익대 등 관광명소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 사이에서는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촌 부근의 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 입구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遊客禁止進入(관광객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대리점 관계자는 “거의 매일 관광버스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 담배를 피우면서 매장에 들어오는 관광객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촌에 20년 가까이 살아온 주민 강모 씨(45)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조용했던 동네 분위기가 사라졌다. 이들이 집 앞에 버린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치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을 처음 방문한 장징윈(張競允·36·여) 씨는 “중국인들이 해외에 나가 공중도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였겠냐”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 여행지에서의 에티켓을 적은 안내문을 배포하고 추태 관광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일부 중국인의 행동을 가지고 중국인 관광객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다. 쑨웨(孫越·21·여) 씨는 “과거에는 생활수준이 열악해 해외에서 추태를 부리는 경우가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 입장 자체를 막는 것은 불쾌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권오혁 기자
#유커#무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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