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내 모르나?” 김무성 사칭 보이스피싱 덜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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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광역의원 등 주로 여성 대상… 전과 20범 50대, 5명에 1000만원 뜯어

“아야, 김 교수 내 모르것나?”

“누구십니까?”

“나야, 김 대표. 어려운 사람 돕고 있는데 참여해 달라.”

대학 총장과 교수, 중고교 교장, 기업체 사장, 지역 정치인 등에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투리 목소리를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25일 사기 등의 혐의로 김모 씨(55·부산 부산진구)를 구속했다.

김 씨는 23일 오전 11시경 서울 모 대학 박모 교수(57·여)에게 전화를 했다. 김 씨는 수업 중이던 박 교수에게 사투리로 김 대표인 것처럼 목소리를 위장한 뒤 “부산에서 행사를 하고 있다. 좋은 일에 기부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박 교수가 수업 중이니 낮 12시경 다시 통화를 하자고 했고 김 씨는 12시경 다시 전화를 걸다 경찰에 붙잡혔다.

박 교수는 통화 당시 휴대전화에 기록된 공중전화 번호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부산진구의 한 공중전화 부스에서 박 교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던 김 씨를 체포한 것.

경찰이 압수한 김 씨의 수첩에는 대학교수와 광역의회 의원, 호텔 사장 등 60여 명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고 대부분 여성이었다. 이 중 5명으로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10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과가 20여 범에 달하는 김 씨는 올 초부터 최근까지 이들에게 김 대표인 것처럼 속여 “좋은 곳에 쓸 기부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김 씨는 사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통화 대상자를 미리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2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자신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김 대표는 “저하고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 주로 여성들에게 전화해 여러 가지 그럴듯한 내용으로 돈을 요구해 송금한 분이 여럿 나왔다”면서 “아마 저한테 확인 안 하신 분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 속아 넘어가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보이스피싱#김무성사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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