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상태 급회전… 차체 기운 화물車 ‘괴물’로 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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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켜요 착한운전]‘레미콘 날벼락’ 사고후 시민 불안 커져

14일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레미콘 사고의 원인은 교차로 신호 주기 ‘2분 30초’를 기다리지 못한 운전사의 조급증이 부른 참사였다.

15일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레미콘 운전사 김모 씨(44)는 경찰 조사에서 “현장에 빨리 가려고 신호를 위반했다”고 진술했다. 당초 김 씨는 사고 직후 신호 위반 사실을 부인했다. 김 씨는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면서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김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시민들은 날벼락 같은 사고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하루 종일 ‘레미콘 사고’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오르내렸다. 끔찍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표출했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댓글에서 “정직하게 법을 지킨 사람들이 불법 운전사에게 희생되는 사회가 과연 정상이냐”며 비판했다. 직장인 김동현 씨(33)는 “대형 트럭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커브를 돌면 차체가 기우는 게 눈앞에 보여 늘 조마조마하다”며 “운전할 때나 걸어 다닐 때나 가장 무서운 건 화물차”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은 사고 직전 레미콘 앞으로 나온 오토바이 운전자를 비난했지만, 서창선 서산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오토바이는 신호에 맞게 정상 주행했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 나들목 부근에서 25t 화물차가 유치원 버스를 추돌했다. 사고 직후 놀란 아이들이 경찰과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 나들목 부근에서 25t 화물차가 유치원 버스를 추돌했다. 사고 직후 놀란 아이들이 경찰과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아찔한 화물차 사고가 또 발생했다. 15일 오전 강원 태백시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원모 씨(35)의 덤프트럭(25t)이 중앙선을 넘어 주행하다 마주 오던 테라칸 차량과 충돌해 테라칸 운전사 김모 씨(71)가 크게 다쳤다. 충북 청주시에서도 덤프트럭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리다 유치원 버스 2대를 들이받았다. 버스 2대에는 유치원생 52명이 타고 있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대형 화물차의 ‘반칙 운전’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체가 높은 대형 화물차는 사고 때 넘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이번처럼 화물차가 넘어진 사고는 최근 3년간 610건이나 발생했다. 한 해 평균 200건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과적과 구조 변경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김정훈 차장은 “적재물을 많이 쌓으면 차량의 무게중심이 올라가 쓰러질 위험이 커진다. 핸들 조작도 쉽지 않아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 실험 결과 화물을 적정 적재량(5t)보다 10t가량 더 싣자 전복 위험이 57.3%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가 사고를 내면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도 높다. 화물차 사고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3.8로 전체 교통사고(2.13)보다 78%나 높았다. 지난해 화물차 사고 사망자 수(1073명)는 전체 사고 사망자의 22.5%에 달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사망자의 40.9%(112명)가 화물차 사고로 발생했다. 화물차 운전사들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다. 화물은 물론이고 대형 컨테이너조차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추락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적재물로 인한 사고가 204건 발생했다. 경찰이 지난해 적재 불량으로 단속한 차량도 6만8000여 대에 이른다. 하지만 적재 불량 범칙금은 5만 원에 불과해 억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박성민 min@donga.com·최혜령 / 청주=장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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