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투입 천연물 신약 프로젝트… 돈만 날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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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4년간 개발실태 감사 결과
연구비 나눠먹기… 국제공인 ‘제로’
발암물질 검출 의혹도 사실로 확인

약초 같은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드는 천연물 신약은 일반 합성성분 신약보다 개발 시간이 짧고, 연구비용이 적게 든다. 신약산업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유리한 조건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0년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을 만들었고, 2001∼2014년 모두 3092억 원을 투자했다. 2010년 국제 공인을 받은 신약 5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런데 천연물 신약 개발에 실패했고, 막대한 예산만 날린 셈이 됐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요구에 따라 2, 3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해당 부처에는 개선방안 마련 등 11건의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정부는 유효성분을 찾아내는 기초연구분야에 1375억 원을 투자했으나 연구 결과가 신약개발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기초연구 결과가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이 되기까지 관리하는 통합된 관리체계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구난방으로 연구가 이뤄졌고 제약회사가 이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연구개발비 나눠주기로 투자도 비효율적이었다. 유효한 천연성분을 찾아내는 기초연구에는 평균 20억∼30억 원이 소요된다. 그런데 1375억 원을 203개 과제에 나눠주면서 과제당 평균 연구개발비는 6억6000만 원에 머물렀고 전체의 25%(53개)는 평균 지원금액이 6000만 원에 불과했다.

또 정부가 국제 기준에 맞춰 신약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지만 여기에는 9000만 원만 투자했다. 결국 천연물 신약에서 벤조피렌, 폼알데하이드 등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도 사실로 확인됐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천연물#신약#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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