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유심칩으로 국제전화 불법중계… 10억 꿀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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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617개 이용해 국내전화 둔갑… 국내 이통사에 사용료 안주고 영업
경찰, 1명 구속-4명 불구속 입건

이동통신 관련 일에 종사했던 엄모 씨(56)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유심박스(DMT·Digital Mobile Trunk)라는 물건을 눈여겨봤다. 대포폰을 만들기 위한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칩을 장착하면, 해외에서 발신된 전화를 국내 발신 전화로 둔갑시킬 수 있는 장치였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해외 통신사로부터 국제전화 이용에 따른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유심칩을 이용해 발생한 국내 이동통신 요금은 내지 않고, 새로운 유심칩만 계속 확보하면 될 일이었다. 사업모델 구상을 마친 엄 씨는 10년 지기 최모 씨(63) 등 4명을 끌어들여 2013년 7월부터 범행을 시작했다.

이들은 해외 통신사들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홍콩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유심박스 18대, 인터넷 발신전화를 받기 위한 서버 2대를 구입했다. 대포폰용 유심칩은 부도 난 법인을 매입한 뒤 법인 명의로 40∼80건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수법으로 617개를 확보했다.

준비를 마친 엄 씨 일당은 국제전화 통신요금을 거래하는 ‘홀세일’ 사이트에서 국내 국제전화 업체 중개수수료의 절반 이하 수수료를 제시해 미국 홍콩 등의 5개 업체와 국제전화 중계 계약을 맺었다. 수수료는 수시로 현금화하고 분산 이체하는 등 흔적을 최소화해 8700만 원만 드러나게 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납부할 유심 이용료 9억 원은 체납해 버렸다.

이들의 범죄는 보이스피싱과 테러 위협 전화 등 해외 발신전화를 수사하던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분명 해외에서 발신된 전화였지만 국내 휴대전화 번호가 찍히자 수상하게 여긴 것.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엄 씨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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