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속 전열기 난로, 화마와의 동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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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주제는 ‘안전’]<76>환절기 캠핑사고 주범은 난방

잇따른 안전사고로 캠핑장 안전시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눈에 잘 띄고, 화재 가능성이 있는 전기 배전반 옆에 설치된 소화기(경기 여주·왼쪽 사진)와 글램핑장 텐트 안에 설치된 연기 감지기(인천 강화).
잇따른 안전사고로 캠핑장 안전시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눈에 잘 띄고, 화재 가능성이 있는 전기 배전반 옆에 설치된 소화기(경기 여주·왼쪽 사진)와 글램핑장 텐트 안에 설치된 연기 감지기(인천 강화).
“방염 처리된 석고보드를 천장과 벽에 새로 대는 거예요. 지난번에 사고가 크게 났잖아요.”

글램핑장 화재로 5명이 사망한 지 한 달 만인 22일 실외와 실내 시설을 동시에 운영하는 인천 강화 동막해수욕장의 한 글램핑장 관계자의 말이다. 해당 업체는 “사고 이후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방염텐트를 쓰고 연기 감지기도 달았다. 기술보증서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근의 또 다른 업체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강화군에 등록을 마쳤다”면서 홈페이지에 등록증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캠핑장 폭발 사고와 글램핑장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캠핑장 안전 문제가 부각됐다. 지난달 14일에는 경기 양평의 한 캠핑장에서 텐트 안에 뒀던 가스버너와 석유난로가 폭발해 일곱 살, 아홉 살 형제가 숨졌다.

강화 5명 사망 화재 직후 캠핑장이나 글램핑장은 별도로 안전 기준이 없고 체험장으로 허가받아 소화기만 설치하면 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5월까지 ‘야영장업’으로 캠핑장 등록을 받고 있다. 강화군에 따르면 사고 이후 현재까지 등록 대상인 야영장 5곳 중 3곳은 등록을 마쳤고 2곳은 현지 점검이 진행 중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부터 캠핑 인구가 급증한다. 캠핑 전문가들은 “환절기 캠핑 사고는 대부분 난방 사고”라면서 “텐트 안에 화기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낮에는 따뜻해도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는 난방이 필요한데 방심하고 사용하면 사고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허준규 캠핑협동조합 대표는 “전열기구나 난로를 텐트 안에 두지 말고 대신 침낭이나 핫팩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말했다. 부득이하게 텐트 안에서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는 자주 환기시키고 잘 때는 환기구를 열어놓는 게 좋다.

가스 사용도 주의해야 한다. 캠핑 전문가 김준성 씨는 “가스버너와 난로를 가까이 두면 난로의 열이 가스를 가열시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최소한 1.5m 이상 떨어뜨려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많은 용량의 전기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경기 여주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강통령 씨는 헤어드라이어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가전제품은 텐트 안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화장실 건물 안에서만 쓰게 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다.

아이와 함께 캠핑을 떠난다면 뛰어놀다 텐트를 고정하는 줄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바닥에 콘크리트 분쇄석이 아닌 자갈이 깔린 캠핑장을 골라야 한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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