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시끌벅적 카페가 집중력 높여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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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청소년 ‘카공족’

최근 카페에서 공부하는 청소년인 이른바 ‘카공족’이 늘고 있다. 사진은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서울 양천구의 한 카페에 모여 문답식으로 퀴즈를 내며 공부하는 중학생들. 윤지혜 기자 yooon@donga.com
최근 카페에서 공부하는 청소년인 이른바 ‘카공족’이 늘고 있다. 사진은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서울 양천구의 한 카페에 모여 문답식으로 퀴즈를 내며 공부하는 중학생들. 윤지혜 기자 yooon@donga.com
화요일 오후 9시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주변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이곳에 들어선 여고생 2명이 음료 주문을 따로 하지 않은 채 곧장 2층으로 향했다. 테이블 20여 개가 갖춰진 2층엔 빈자리가 없는 상태. 절반 이상은 중고교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풀(Full·가득찼다)이야. 다른 데로 가자.”

두 여고생이 향한 S커피전문점 2층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들은 또 다시 빠져나와 근처 H커피전문점 1층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시켰다.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영어교과서를 펴 시험 범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여고생 중 한 명인 박모 양(서울 양천구의 한 여고 2학년)은 기자에게 “시험기간에 이 근방 카페 2층에 자리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 “종업원들 눈치도 덜 보이고 커피 주문을 하는 사람도 없는 2층을 선호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1층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카페 문 닫는 새벽까지 공부

커피전문점 등 카페에서 공부하는 청소년인 이른바 ‘카공족’이 요즘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등 교육특구라 불리는 학원가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친구 한두 명과 함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짧게는 한두 시간부터 길게는 여섯 시간까지 공부를 한다. 과거엔 폐쇄적이고 조용한 독서실이나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엔 개방적이고 다소 시끄러운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학습 형태도 나타나는 것.

서울 강서구의 D고 2학년 김모 군은 “우리 반에선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야자파’,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독서실파’, 그리고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파’로 나뉠 만큼 카페에서 공부하는 친구들 수가 늘었다”면서 “나는 일주일에 서너 번 카페에서 공부하는데 오늘도 카페가 문을 닫는 새벽 2시까지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학생들은 “학습 환경 때문”이라고 답한다. 카페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이기에 친구들과 묻고 답하면서 시험공부를 하기에 적절하며, 주변 사람들이 뭔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 또한 공부에 집중할 의욕이 생긴다는 것. 게다가 독서실에선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금방 졸려 잠에 빠지는 반면, 카페에선 잠을 자면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볼 것 같다는 생각에 ‘저절로’ 잠을 참게 된다는 것이다.

양천구의 Y고 1학년 박모 군은 “시험 기간에는 친구들과 시험 범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암기 과목의 경우 문답식으로 퀴즈를 내기에도 카페가 좋다”면서 “고3 선배들이나 대학생 선배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카페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교생 할인해 주고 학원 내 카페 만들기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카페에선 고교생이 교복을 입고 오거나 학생증을 보여 주면 음료 할인해 주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보단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커피전문점 중에 이런 곳이 많다.

서울 관악구의 고3 강모 양은 “고교생 할인율이 10%가 넘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보단 집에서 가까운 동네 카페를 이용해 공부한다”고 했다.

일부 학원은 학원 내부에 원생들이 이용할 카페를 만들기도 한다. 목동에 있는 한 수학학원은 최근 학원 안에 카페를 만들어 1000원 남짓한 가격에 학생들이 마실 수 있는 커피나 주스, 콜라 등을 제공한다. 이 학원 원장은 ”독서실 칸막이를 답답해하는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학생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소음 들으며 공부?

카공족들은 독서실의 적막한 분위기보단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작은 목소리와 잔잔한 음악이 뒤섞인 카페 내부의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줘 학습효과가 높아진다고 전한다.

강남구의 고3 권모 양은 “독서실은 너무 조용해 옆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 문 여는 소리만 들려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데 카페는 특별히 튀는 소리가 없어 집중이 더 잘된다”면서 “빗소리나 카페 내부의 소리 등이 흘러나오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이런 잡음을 들으면서 공부해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의 D고 2학년 이모 군은 “수학 문제풀이를 할 땐 조용한 곳보다 집중이 더 잘돼 일부러라도 카페를 찾는다”면서 “고1 초반엔 반에서 7, 8등 성적이었는데 카페에서 공부한 뒤로는 4, 5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페의 환경이 모든 학생의 집중력을 높여 준다’고 단정 짓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상민 한국학습코칭센터 대표는 “학생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개방적 환경에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학생이 있는 반면 폐쇄적 환경이어야 공부가 잘되는 학생도 있다”면서 “어떤 학습 환경이 자신의 집중력을 높여 주는지를 살피고 그에 따라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성 kimjs6@donga.com·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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