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40km로 씽씽 ‘위험한 두 바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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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주제는 ‘안전’]<63>사고 늘어나는 자전거도로

넘어질 듯 비틀대던 대여용 자전거 한 대가 기어이 중앙선을 넘었다. 끼이익. 마주 오다 급히 브레이크를 잡은 하얀색 자전거의 뒷바퀴가 번쩍 들리고 고꾸라질 듯 앞으로 쏠렸다. 양쪽 모두 속도가 느렸던 덕에 충돌 직전 멈춰 섰지만 운전자가 넘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필리핀에서 여행 와 자전거를 빌려 탄 20대 여성은 왼쪽 팔꿈치에, 하얀색 자전거를 타던 50대 남성은 오른쪽 뺨에 찰과상을 입었다.

봄철이면 이용자가 늘면서 사고가 잦아지는 한강변 자전거도로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5일 오후. 기자 바로 앞에서 벌어진 작은 사고였다.

공원은 부슬비 속에서도 활짝 핀 벚꽃을 보러 온 밝은 표정의 시민들로 붐볐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주변만 보면 ‘또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절로 들었다. 자전거도로를 인도로 여기는 듯 발길 가는 대로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옆으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날 만큼 속도를 내는 자전거가 스쳐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강변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공용 도로이기 때문에 서로 안전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가 복잡해질수록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상대방을 의식하고 안전규정을 지켜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자전거 이용자는 도로에서 지켜야 할 규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중앙선을 넘은 2, 3초가량의 짧은 시간에도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중앙선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추월할 때는 앞에서 달리는 자전거의 왼쪽으로 치고 나간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추월하지 않을 때는 도로 오른쪽으로 붙어 달리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매너다.

자전거 이용자의 대표적인 문제는 과속이다. 기자가 자전거도로의 권장 최고 속도인 시속 20km 정도로 달려도 이보다 훨씬 빠르게 추월하는 자전거가 줄줄이 이어졌다. 자전거 속도 규제가 없다보니 일부 자전거 운전자가 속도감을 즐기는 탓이다. 자전거를 타던 대학생 김찬현 씨(22)는 “여러 명이 함께 30∼40km 속력으로 앞질러 가는 걸 보면 자전거도로가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 이용자 역시 보행자에게 ‘이것만은 지켜 달라’고 당부하는 원칙이 있다. 주범 씨(49)는 “좌우를 살피지도 않고 갑자기 자전거도로로 뛰어들거나 지그재그로 걸어 다니는 일만 없어도 서로 훨씬 더 안전하게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전거가 함께 다니는 도로라는 것을 잊지 말고 보행자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챙겨 달라는 것이다.

차에 늘 자전거를 싣고 다닌다는 안승범 씨(43)는 이날 오전 한강공원을 찾았지만 아이들 자전거만 내려놨다. 그는 “사람 많은 공원에선 사람과 자전거가 뒤엉켜 늘 불안하다. 그래서 세 아이가 자전거 타는 것만 살펴보기에도 버거울 정도”라고 말했다. 안 씨는 “아이들을 마음 놓고 자전거도로에 내보낼 수 있게 각자 조금씩 안전의식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사고#자전거도로#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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