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국회… 우리가 해결책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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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CCTV 부결 파장]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재석 의원 171명 가운데 46명이 기권표(찬성 83명, 반대 42명)를 던진 것을 두고 “어린이집 단체들의 반대를 의식한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두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윤모 씨는 “CCTV가 아동 학대를 막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CCTV라도 없으면 폭력 행위를 방지할 최소한의 대책조차 없는 셈이다”며 “정치인들이 제3의 대안도 없으면서 어린이집 단체들의 반대에 굴복한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법안 처리 결과와 상관없이 CCTV를 자발적으로 설치하려는 어린이집 원장들의 소신 있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CCTV 설치가 오히려 인천 K어린이집 폭력 사고 이후 높아진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진정한 소통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 무너진 신뢰를 CCTV로 되찾는 어린이집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유진어린이집은 이전까지 8대였던 CCTV를 최근 3대 더 설치했다. 야외 놀이터 등 기존에 관찰하기 어려웠던 CCTV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다. 영상은 3개월가량 보관하며 부모들이 원할 경우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어린이집의 유은화 원장은 “최근 어린이집들이 CCTV 의무화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며 “CCTV를 설치하고 영상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오히려 부모의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진어린이집은 엄마들의 CCTV 영상 확인 요청이 들어오면 부모들과 함께 영상을 확인하면서 의문점을 해결해줬다. 유 원장은 “영유아들은 자신의 행동을 과장해서 말하거나 상상해서 없는 사실을 말하기도 한다”며 “부모가 의심이 들 때 교사가 숨기려는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의 한 어린이집도 인천 K어린이집 사고 이후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했다. 자녀를 기다리는 대기 장소에는 모니터를 설치해 부모가 언제든지 어린이집을 방문할 경우 화면을 확인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 어린이집에 31개월 된 아들을 보내고 있는 정모 씨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부모들이 CCTV 확인을 위해 어린이집에 자주 드나드는 개방형으로 운영되면 학대가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 CCTV 열람과 영상 반출 규정은 보완 필요

4월 임시국회에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의 인권 보호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CCTV 영상을 실시간 열람하는 것과 무분별하게 반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3일 부결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는 24시간 CCTV 영상을 열람하게 하는 조항은 빠져 있다. 하지만 일단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학부모들의 스마트폰 등을 통한 실시간 영상 열람 요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유 원장은 “CCTV 설치가 의무화되더라도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게 하는 24시간 열람은 막아야 한다”며 “학부모와 어린이집이 상호 협의를 통해 CCTV 열람 절차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CTV 영상을 외부로 반출할 때의 매뉴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전체 어린이집의 20%가량만이 CCTV를 설치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영상 반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방송, 인터넷 등에서 학대 동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문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4월 임시국회 이전에 CCTV 영상의 반출, 언론 공개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CCTV#어린이집#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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