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비행청소년의 대부’ 천종호 부장판사 보호소년 15명과 함께 해외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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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재판때 ‘호통 판사’ 별명 6일간 태국 관광후 봉사활동

보호소년 15명이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대표적 휴양지인 태국에서 6일간 머무를 예정이다. 인솔자는 현직 부장판사. 함께 여행을 가기엔 어딘가 ‘어색한’ 조합이다. 대체 무슨 사연일까.

부산가정법원은 8일 ‘보호소년과 함께하는 문화체험 행사-지구별 여행’을 마련했다. 여행에 참가하는 청소년은 부산가정법원 관내 청소년회복센터(1호 처분기관) 7명, 부산아동청소년상담교육센터 3명, 창원지법 관내 청소년보호센터 5명 등 모두 15명이다. 소년법상 1호 처분은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호를 위탁하는 것으로 가장 낮은 단계의 처벌이다.

이들은 8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에서 태국 치앙마이로 향했다. 관광과 함께 치앙마이 수텝산 인근의 태국 소수민족 학교 ‘쌍완 위타야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13일 돌아온다. 이번 여행경비는 하나투어에서 지원했다.

여행단 인솔자는 ‘비행청소년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49·사진)다. 부산가정법원은 “천 부장판사가 전국 법원 최초로 부산에 설립된 아동청소년상담교육센터와 청소년회복센터 등의 보호소년들을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아 인솔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가정법원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 가운데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청소년회복센터 등에 위탁해 도움을 주고 있다.

부산가정법원과 천 부장판사는 지난해 보호소년의 문화예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오페라와 프로야구 경기 관람, 1박 2일 캠프 등을 열었다.

지난해 말에는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전북 남원과 전남 곡성에서 판소리 민요 한지공예 목공예 체험, 혼불문학관 방문 등 1박 2일 간 ‘문화예술 체험여행’도 다녀왔다. 천 부장판사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 견문을 넓혀주고,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외국 아이들을 만나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이번 여행의 인솔을 맡았다”고 말했다.

천 부장판사는 2013년 2월 소년법정에서의 이야기를 묶은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썼청소년회복센터에 전달했다.

다음 달에도 비슷한 성격의 책을 발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소년범 재판 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나 교사 등에게 쓴소리를 해 ‘호통 판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보호소년 중에는 사회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학업에 복귀하는 등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아이가 많다”고 강조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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