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달라 했는데 견과류까지…” 조현아 ‘말 바꾸기’ 빈축 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2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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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이 사건 당시 정확한 매뉴얼을 모른 채 승무원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부사장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승무원들이 매뉴얼을 위반했고, 이를 지적한 것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어떤 부분이 위반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물을 갖다달라고 했는데 물과 함께 견과류를 가져왔기 때문에 매뉴얼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는 사건 초기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를 봉지째 보여주면서 의향을 물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승객 의향을 먼저 물어본 뒤 종지에 담아 서비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라진 대목이다.

본보 보도(지난해 12월 15일자 A14면)와 재판시 공개된 매뉴얼에 따르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출발편에는 견과류 서비스 관련 내용이 없다. 세계 공항은 보안 규정에 따라 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주류와 음식을 담아놓는 실(seal·카트의 봉인)을 열 수 있는 곳(실 오픈 가능)과 열지 못하는 곳(실 오픈 불가)으로 나뉜다. 케네디 국제공항은 ‘실 오픈 불가’ 공항인데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초기 ‘실 오픈 가능’ 공항에서 사용하는 매뉴얼에 근거해 사무장과 승무원의 서비스가 틀렸다고 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착각한 부분이다.

또 검찰이 조 전 부사장에게 먼저 음료를 주문한 것을 지적하며 “음료를 먼저 주문했을 때 관련 내용은 매뉴얼에 없다”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검찰이 “수년 간 일등석 서비스를 한 승무원들이 틀렸다는 소리냐”고 재차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본인들 생각이나 경험에 의해 매뉴얼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서비스하는 건 잘못”이라고 맞받았다.

조 전 부사장의 진술은 결국 땅콩 회항 당시 자신도 매뉴얼을 정확히 몰랐음을 드러낸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재판에서 박창진 사무장(44)의 증언에 신뢰성이 없다고 공격해왔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매뉴얼을 100% 숙지 못한 승무원으로, 이를 감추기 위해 최초보고서 표현을 수정해 검찰에 제출했다”며 사건의 발단이 박 사무장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의 말바꾸기는 객실서비스를 총괄하는 조 전 부사장조차 매뉴얼을 정확히 모른 상태에서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매뉴얼을 보고 지적하려고 했다”고 하자 검찰이 “(자신이 맞다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매뉴얼을 보고 확인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이재연 씨(25·여)는 “일반인은 알아채기 힘든 작은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는 건 트집잡기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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