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머니도… 술값 행패 50대도… ‘동네 조폭’ 단속 100일만에 960명 구속

  • 동아일보

구속비율 일반 폭력사범의 45배… “단순 업무방해 과한 처벌” 비판도

강신명 경찰청장의 취임 후 첫 과제였던 ‘동네 조폭’ 근절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은 9월 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00일 동안 동네 조폭 특별단속을 실시해 3136명을 입건하고 960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동네 조폭은 기존 조직폭력배와 달리 특정 조직에 소속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노래방이나 음식점 등 소규모 업소만 골라 영업을 방해하거나 돈을 뜯고 무전취식한 사람을 뜻한다. 동네 사정을 잘 알다 보니 불법영업 등 약점을 쥐고 있어 그동안 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동네 조폭 문제는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4년 넘게 식당과 주유소, 세차장 등을 돌아다니며 “이곳 물건을 팔아주는 사람은 3년 안에 사고로 죽는다”라는 식으로 영업을 방해한 속칭 ‘욕쟁이 할머니’ 이모 씨(72·여)가 구속됐다.

부산 금정구에서는 부산종합터미널 앞에서 택시기사와 승객들에게 “술값 달라”며 욕설을 하고 인근 상가 영업을 방해한 서모 씨(57)가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동네 조폭 3136명 중 97.4%가 전과자로, 전과 21범 이상 비율이 33.3%에 달했다.

경찰의 이번 단속은 구속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강 청장이 9월 1일 ‘동네 조폭 단속’을 선언한 이후 하루 평균 10명가량이 구속되면서 검거인(3136명) 대비 구속자(960명) 비율이 30.6%에 달했다. 일반 폭력사범 구속 비율(0.68%)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액의 돈을 뜯어간 사건이라도 여러 번 반복된 경우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검찰도 이번 단속에 조폭전담 검사를 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처럼 구속 비율이 높다 보니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업무방해 등 동네 조폭 혐의에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단기적인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자칫 남용될 소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특별단속에 영세자영업자 등의 호응이 크다고 보고 앞으로도 동네 조폭 단속을 지속할 방침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동네 조폭#구속#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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