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기계공학부, 대학 3년생이 제4고시인 ‘현차고시’ 9분능선 넘은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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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부 3학년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울산 현대차에서 실습을 받고 있다. 인근에 있는 현대차는 울산대 기계공학부의 오늘이 있게한 ‘인프라’다. 울산대 제공
기계공학부 3학년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울산 현대차에서 실습을 받고 있다. 인근에 있는 현대차는 울산대 기계공학부의 오늘이 있게한 ‘인프라’다. 울산대 제공

제4고시인 '현차고시(現車考試)' 뚫으려면?
취업난 시대에 입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전략을 세워야 한다. 더욱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기업의 입사는 많은 준비를 한다 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하려면 취업자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대학과 교수들이 앞장서 기업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치밀한 교육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학이 특성화, 일류화로 무장해 기업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학생들을 잘 교육시켜 일류 기업에 보낼 수만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기계공학부 학생들이 유체역학실헙실에서 원형관내의 유속분포 실험을 하고 있다. 학부에는 이 실험실을 비롯한 다양한 실험실이 있어 충분한 실험 실습을 할 수 있다. 울산대 제공
기계공학부 학생들이 유체역학실헙실에서 원형관내의 유속분포 실험을 하고 있다. 학부에는 이 실험실을 비롯한 다양한 실험실이 있어 충분한 실험 실습을 할 수 있다. 울산대 제공

울산대 기계공학부는 대학이 가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학부의 발전과 학생들의 취업에 성과를 내는 예라 할 수 있다. 기계공학부의 최대 자원은 범현대그룹과의 밀접한 관계 와 울산이라는 산업기반이다. 울산대의 설립자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대학 홈페이지에는 정 명예회장의 흉상과 '젊은이들이 열심히 공부해 이상을 펼치라'는 당부가 씌여 있다. 이상을 펼칠 수 있도록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그룹 등 현대가(家)는 기계공학부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과의 상생은 기계공학부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기계공학부는 2011년부터 5년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25억 원을 지원받는 '일류화 사업'을 통해 울산지역의 전략사업인 자동차, 조선 및 항공우주 산업 등 첨단산업을 견인할 기술인력의 산실로 발돋움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기계공학부 학생들은 '일류화 사업'의 '선취업 인턴사원제'를 통해 연평균 7명꼴로 현대중공업 입사에 성공했다. 2013년도에는 인턴실습이 아닌 공개채용으로 215명의 졸업생 중 19명이 현대중공업 그룹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현대차 그룹 22명, 삼성전자 2명 등 졸업생의 31.6%인 68명이 30대 대기업에 입사해 전국 어느 학과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취업성과를 냈다. 이는 기업의 니즈를 반영한 커리큘럼과 학생들의 호응, 34명 교수들의 열정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증거다.

울산대 기계공학부의 미래비전을 설명하는 박규열 교수
울산대 제공
울산대 기계공학부의 미래비전을 설명하는 박규열 교수 울산대 제공

기계공학부 3학년 이병우 씨(25)는 올 '현대자동차 그룹 특성화 트랙 장학생'에 선정됐다. 이 씨는 졸업 평점 3.5만 유지하면 현대차에 입사한다. 대학가에서 현대차 입사 시험은 사시 행시 외시에 이은 제4고시로 불리며 '현차고시(現車考試)'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올해 현대차 그룹 대졸공채에는 사상 최대인 15만 명이 지원했고 그중에 4만 명이 현대차에 몰렸다. '현차고시'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이유는 서류전형, 인성검사, 전문기술시험, 면접 등에 이르는 채용절차가 고시만큼이나 까다로운데다 입사 이후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현대차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6000만 원이나 되고 2013년 평균 연봉은 8900만 원으로 대한민국 연봉 상위 3%에 들어갈 정도로 높다.

이병우 씨는 어떻게 현대차 입사의 9분 능선을 넘었을까? 비밀은 기계공학부와 현대자동차 그룹 간에 맺은 '계약학과'에 있다. 계약학과란 기업이 제시하는 학과목을 학부에서 이수하면 기업입사를 보장해 주는 '선 취업 프로그램'. 기계공학부는 올해 현대자동차 그룹과 '계약학과' 계약을 맺고 '현대자동차 그룹 특성화 트랙'을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현대차 그룹이 2014년부터 3년간 3학년 학생 15명을 '현대차 트랙' 장학생으로 선발해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선발된 학생들은 현대차에서 지정하는 학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평점 3.5를 유지하면 현대차 입사를 확정한다는 것. 현대차 그룹은 학생선발의 전권을 갖고 신입사원을 뽑는 절차를 그대로 적용하는데 학점 3.5 이상, 토익 700점 이상의 자격을 가진 학생들 중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현대차 그룹과의 계약에는 2012년부터 시작한 '현대 위아' 트랙도 있다. 해마다 3학년 학생 3~5명을 선발해 입사를 확정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현대차 트랙과 거의 비슷하다. '계약학과'는 현대차 그룹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기계공학부 이경식 교수는 "현대차에서 우수한 인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 제안했다. 울산대 기계공학부의 자동차관련 교육이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고 현대차에 입사한 우리학과 출신 졸업생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기계공학부가 자랑하는 인프라는 인근에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다. 기계공학부는 현대자동차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그린카 구조 이해 및 실습'. 학부의 제안으로 이뤄진 2학점짜리 이 강좌는 울산 현대차 연수원에서 이뤄지는데 현대차 연수원 교수들이 강사다. 30명의 학생들은 강의를 통해 자동차의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들을 분해 조립하는 등 학교 강의실에서 배웠던 이론을 실전을 통해 갈고닦는다. 08학번으로 현대차 남양연구소 파워트레인 소음진동팀에서 근무하는 신창욱 씨(26)는 "엔진 조립과 분해를 통해 자동차가 종합 예술체임을 느꼈다.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무향실' 또한 기계공학부가 손꼽는 실험실로 1993년 현대차의 지원으로 만들었다. '무향실'에서는 실차(實車)를 넣고 소음 관련 각종 실험을 할 수 있다. 재료역학실험실, 열공학실험실, 유체역학실험실, 동역학실험실, 자동제어실험실, 풍조실험실, 기계공작실습실, CAD실습실 등을 통해 학생들은 기계공학 전반에 대한 실험과 실습을 경험한다. 신 씨는 "각종 실험 실습을 통한 학부 교육에서 소리와 진동에 관련된 기초를 다 배운 것이 현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에 산재한 자동차, 기계, 조선, 항공, 전자 분야의 100여 개의 모기업 및 협력업체들도 기계공학부와 가족회사 관계를 맺고 활발한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실무 경험을 축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계공학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과대학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교환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올 1학기에 미국 테네시텍 대학에서 공부한 4학년 남승리 씨(26)는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다. 모르는 학생들끼리도 팀을 이뤄 공부하는 게 생소했지만 토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학부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지원받는 연 25억 원의 일류화 자금 중 10억 원 이상을 교환학생 지원, 해외연수 지원,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남 씨도 체재비로 3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기계공학부 학생들은 학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공대생만으로 자격이 한정된 학교차원의 해외인턴 선발을 통해 연수도 갈 수 있다. 이는 울산대가 자동차, 조선 등 기계 산업을 뒷받침하는 학과에 강점이 있고 울산지역의 산업과 깊은 관련이 있기에 가능한 제도다. 강석민 씨(26)는 '현대위아 해외장기인턴' 프로그램으로 2011년 현대위아 중국산동법인에서 여름방학 때 인턴을 했다. 그는 "공장증설 태스크포스에서 근무하면서 엔진제조에 필요한 라인 설치 과정을 경험했고 학교에서 배운 '기계진동학'이 어떻게 현장에서 활용되는가를 볼 수 있었다.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법인장 앞에서 엔진 제조과정도 발표했다. 해외인턴의 성과가 앞으로 회사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공학부 2학년 학생들이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그린카 구조 이해및 실습’ 과목을 듣고 있다. 울산대 제공
기계공학부 2학년 학생들이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그린카 구조 이해및 실습’ 과목을 듣고 있다. 울산대 제공

기계공학부 입학생들의 성적은 수시1차 합격자 기준으로 2.88등급이다. 이 정도 성적이면 서울과 수도권 대학 진학에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울산대 기계공학부를 택했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각종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성과의 밑바탕에는 대학과 교수들의 노력이 있었다. 송현섭 교수는 현대차 전주공장장(부사장급)을 끝으로 2011년 울산대 기계공학부로 옮겨와 '자동차 기본구조'학을 강의하며 산학협력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송 교수는 "우리학부의 교육방향은 학생과 기업이 윈윈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2학년까지 진로를 정하라고 권유한다. 일찍 진로를 결정해야 거기에 맞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고 이는 입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 입장에서도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들어오면 2년 반 정도가 소요되는 '후반기 교육'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이득이다. 이 때문에 교수들 거의 전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업체와 '계약학과'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교수들의 열정을 안다. 기자가 인터뷰한 기계공학부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수님들이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어 줄 테니 열심히 공부만 하라'고 말씀하신다"고 전한다.

울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
장성찬/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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