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대 국제통상학과, 대학의 갑은 누구? 학생 20명을 교수 16명이 가르치는 학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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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대 국제통상학과 학생들이 인천자유경제구역 현장 견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현장학습을 통해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접목한다. 금강대 제공
금강대 국제통상학과 학생들이 인천자유경제구역 현장 견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현장학습을 통해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접목한다. 금강대 제공
대학의 갑은 누구인가?

"학생이 갑이 되는 학교로 가라."
금강대 국제통상학과 2학년 이정의 씨에게 학과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보통은 '학교가 좋아서' '과가 맘에 들어서' '과의 미래비전을 보고' 등등으로 과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학생이 갑이어서'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당연한 말인데 왜 생소하게 들렸을까? 금강대의 어떤 면이 학생이 갑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을까?

이 씨의 말을 이해하려면 금강대를 알아야 한다. 학교의 인프라가 좋기 때문이다. 금강대는 2002년 대한불교 천태종이 천태종의 중창이념을 교육을 통해 구현하고자 충남 논산시의 계룡산 자락에 세운 학교다.

금강대의 특징은 '소수정예'. 입학정원은 145명에 불과하고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모든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제공한다. 재학생들이 받는 장학금은 연평균 824만 원으로 등록금 660만 원보다 많다. 장학금이 등록금보다 많은 것은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기숙사비와 각종 해외봉사 및 어학연수 제공 비용 등을 장학금 안에 포함하기 때문. 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떠나고 해외어학연수를 간다. 2학년 김은지 씨는 "학생수가 적어 경쟁률이 낮기 때문에 원하는 곳으로 연수를 떠날 수 있다. 90% 정도의 학생들이 해외봉사와 어학연수를 간다"고 말했다.

이 대학 장학금의 또 다른 특징은 졸업생까지 혜택을 준다는 것. 세계 100위권의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영어권은 2년 동안 연간 1만4000달러, 일본은 1만 달러, 중국어권은 7000달러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지난해 현재 30여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또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들에게는 연간 1000만 원씩 3년간을 지원한다.

금강대는 교육부 주관 '교육역량강화사업'에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회 연속 선정됐다. 이 사업으로 받은 연간 5억~7억 원의 지원금을 모두 교육역량 개선사업에 사용했다. 이는 학생 1인당 150만~200만 원씩 돌아가는 금액이다. 국제통상학과의 경우 2011년부터 관세사반, 국제무역사반, 현장실습 등에 7000만 원을 지원했다. 지원비 안에는 시험 준비에 필요한 교재비, 인터넷 강의비, 원서접수비 등이 포함된다.

국제통상학부의 정원은 20명. 20명의 학생을 12명의 전임교수와 2명의 석좌교수, 2명의 초빙교수가 가르친다. 전임교수당 학생비율은 1.66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 부산대 심리학과에도 합격했던 이 씨가 국제통상학과로 오게 된 계기는 국제통상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서문성 교수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통이었다. 서 교수는 이 씨에게 금강대가 가진 장점과 국제통상학과의 커리큘럼을 자세히 설명하며 금강대 진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 씨는 "나를 원하는 학교라는 걸 느꼈다"며 금강대를 선택했다.

'학생이 갑이 되는 학교로 가라'고 말하는 국제통상학과 2학년 이정의씨. 기자는 학생이 진정한 갑이될 때 한국의 대학이 안고있는 많은 문제가 풀릴거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갑이 되는 학교로 가라'고 말하는 국제통상학과 2학년 이정의씨. 기자는 학생이 진정한 갑이될 때 한국의 대학이 안고있는 많은 문제가 풀릴거라고 생각한다.
이 씨는 2년간 국제통상학과에서 배운 후 금강대에 대한 인식이 '나를 원하는 학교'에서 '학생이 갑인 학교'로 변했다. 이 씨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해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걸 인식변화의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모든 프로그램'은 소수정예를 기르도록 구성돼 있다. 소수정예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중 하나가 외국어 교육이다. 학생들은 대학 내 금강어학원으로 유학 온 외국인 유학생 1명당 4명의 한국학생을 배정하는 '커뮤니케이션 파트너십'을 충분히 활용한다. 매주 4회 1시간 이상씩 영어, 일어, 중국어권에서 온 원어민 유학생과 어울리며 실력을 쌓는 것이다. 이 씨는 "중국어 성조가 어려웠는데 원어민 학생과 어울리면서 성조를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통상학과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꼭 필요한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는 스페인어를 전공 선택 과목에 추가하고 48개 외국어 관련 교과목 전부를 원어수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원어민과 24시간 생활을 같이하는 '외국인 룸메이트', 방학을 이용해 외국어로만 소통하는 '외국어 집중 프로그램', 기숙사에 있는 '외국어 라운지' 등을 통해 어학실력을 향상시킨다. 덕분에 국제통상학과에서 요구하는 영어 TOEIC 900점, 일어 JPT 1급, 중국어 HSK 6급을 따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학생들의 성적이 고른 것도 소수정예를 강화시키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국제통상학과의 입학성적은 수능 언수외탐 2.1등급으로 성적 편차가 크지 않다. 이는 수업의 몰입도와 팀 단위로 하는 현장학습의 효율을 높인다. 기자가 국제통상학과 1학년 전공필수 과목인 서문성 교수의 '경영학 원론' 강의를 참관했을 때 이승연 씨는 글로벌 장난감 기업인 '레고'의 기업분석을 PPT를 이용해 발표하고 있었다. 발표가 끝난 후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 씨는 "레고(LEGO)의 회사명이 대문자로 돼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당황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발표를 하기 위해서는 1주일간 리포트를 쓰고, 열흘간 PPT를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또 발표를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걸 깨닫는다. 이 과정이 솔직히 쉽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학생들이 따라간다.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학습이 가능한 환경이 실력을 올리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국내외 24개 기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학년 때부터 조사-분석-발표로 이어지는 수업은 학생들의 취업에도 도움을 준다. 관심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 분석을 하고 그것을 조리 있게 발표하고 토론하는데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입사면접에 도움이 된다. 기업들이 중시하는 자기소개서도 1학년 1학기 때부터 쓰게 한다. 3학년 때부터는 교과목에 연계된 특강에 기업관계자를 초청해 기업의 시각을 전해준다. 당연히 자소서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학생수준의 상향평준화는 국제통상학과가 교육 목표로 삼고 있는 '글로벌 통상전문인력 양성'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 글로벌 통상언어가 접목된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는 것도 학과가 내세우는 자랑거리. 이런 자신감을 반영해 학과는 내년에 '국제통상통역학과'로 개명한다. 2학년 김은지 씨는 학과의 커리큘럼에 대해 "1학년 기초, 2학년 심화, 3학년 실무, 4학년 적용으로 구성됐는데 여기에 언어가 접목돼 있어 짜임새가 있다"고 말한다.

국제통상학과의 커리큘럼은 실무능력 배양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09학번 졸업생인 진우정 씨는 "무역회사 입사 면접 때 사장님이 이것저것 질문해 보더니 '당장 다음주부터 일해도 좋다'라고 말씀하셨다. 강의실에서 무역실무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특히 3, 4학년 때 현장견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제통상학과의 실무능력 교육과정을 높게 평가했다. 외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진그룹 물류연구원의 박영재 박사는 금강대 국제통상학과의 커리큘럼에 대해 "서울의 유수대학보다 전공전문성, 실무능력 배양에 적합하다"고 평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하는 현장견학의 대상은 인천공항, 부산항, 관세청, 충남도청,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무역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기관들이다. 서문성 교수는 "무역의 많은 부분이 정부사이드와 관련이 있다. 관세청, 충남도청 등 관(官)의 영역에서 현장학습을 함으로써 학생들은 기업이 공공부문과 연계돼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공부한다"며 기존의 '산학(産學)'을 넘는 '산관학(産官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과는 무역·통상 전문가의 특강과 멘토-멘티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무역의 큰 흐름은 물론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도록 해준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석좌교수로 있고 코트라 최병원 박사, 김지형 변리사, 김광수 대한상사중재원, 충남도청 혁신관 조원갑 박사를 비롯한 20여 명이 멘토로서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05학번 졸업생으로 한국갈등조정연구소에 근무 중인 배수현 씨는 "중국어 학습노트로 재학 중 특허를 취득했다. 특허청에 계셨던 김지형 변리사님으로부터 특허 출원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다. 특히 대학생 특허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고 알려줘 적은 비용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국제통상학과의 미래비전을 설명하는 서문성 교수
국제통상학과의 미래비전을 설명하는 서문성 교수
학교의 우수한 인프라와 국제통상학과의 짜임새 있는 교육 과정은 해마다 높아지는 취업률로 결실을 맺고 있다. 2014년 취업률은 64.7%였는데 이는 2011년도 대비 20% 향상된 것이다. 취업의 질도 좋아져 졸업생들은 2008년 첫 행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한 것을 비롯해 관세사,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공직과 다양한 대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서 교수는 2015년에 생기는 취업동아리 '디아만테(이탈리아어로 다이아몬드라는 뜻)'를 통해 국제교류기구와 글로벌 기업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강대에는 공강(空講)이 없다. 불가피한 일로 수업을 하지 못했다면 꼭 보강을 해야 한다. 국제통상학과는 가끔 심야보강도 한다. 학생들이 24시간 기숙사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숙사 덕에 교수들은 학생들의 변화 정도를 밤낮으로 관찰할 수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작성한 인성 적성 검사 결과를 참고로 해서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진로와 공부 방법을 찾아주기 위해 함께 고민한다. 이것을 졸업생 진우정 씨는 "100명에게 줄 관심을 1명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의 씨 표현을 빌리자면 갑인 학생을 위해 을인 교수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갑을(甲乙)관계'는 청산돼야 할 문화다. 하지만 금강대의 '갑을관계'는 갑인 학생을 위해 모든 을이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려해야 할 문화다. 국제통상학과 학생들은 작년 11월 새벽 5시에 부산항 현장실습을 가면서 서문성 교수가 밤잠을 안자고 대전에서 나른 김밥을 먹었다. 갑을관계도 때로는 감동을 준다.

논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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