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 요즘 같은 불황에도 졸업생 80%가 취업하는 학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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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00]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

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 윤정인 교수(학과장)은 “우리 학과는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취업도 대학 1,2위를 다툰다”며 ‘시장이 글로벌화하고 있어 전망이 아주 밝다“고 말했다. 부경대 제공
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 윤정인 교수(학과장)은 “우리 학과는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취업도 대학 1,2위를 다툰다”며 ‘시장이 글로벌화하고 있어 전망이 아주 밝다“고 말했다. 부경대 제공

지난달 27일 부산 남구 신선로 부경대 용당캠퍼스 2공학관 113호 강의실. 냉동공조공학과 4학년의 전공과목인 '냉동설비설계' 수업을 하고 있었다. '부산 신항만 냉동창고 설계제안서'를 발표하는 수업. 냉동 창고를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 크기로, 어떤 방식으로 짓는 게 효율적인지 업체에 제안하는 형식이다. 그동안 이론적으로 배운 것을 실무에 접목하는 과제로 1학점짜리. 학생들은 1개월 전부터 6, 7명씩 4개조로 나뉘어 설계제안서를 만들어 이날 발표한 것이다.

윤정인 냉동공조공학과 교수(학과장)는 "이 수업은 발표내용 40%, 발표력 20%, 파워포인트 사용능력 20%, 발표 태도 10%, 답변능력 10%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면 곧바로 맞닥뜨리게 되는 업무 능력과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설득능력을 키워주자는 취지.

2조 대표로 발표를 맡은 박지훈 씨(4학년)는 "2020년 부산 신항이 완공예정이어서 부산에 냉동창고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그중 냉동 참치와 오렌지를 보관하는 창고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설계조건으로 냉동참치 보관온도는 영하 35도, 오렌지 보관온도는 영상 2도에 맞추고, 오렌지의 호흡열량까지 감안했다는 것. 또 외벽과 내벽, 천장, 바닥 단열재의 재료와 배합비율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냉동기는 규모에 맞게 특정 제품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1조는 대구와 양파를 보관하는 냉동창고를 설계했다. 동향 서향에 따라 방열벽 부하가 다르다는 것과 냉각부하가 어느 정도가 될지도 계산에 넣었다. 여기에 물품 냉각열량까지 고려했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윤 교수의 질문과 강평이 뒤따랐다. "2조는 본래 10분인 제한시간을 5분이나 넘겼다. 준비한 것이 많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여러분이 실제로 회사에서 일할 때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주어진 시간에 꼭 마쳐야 한다. 그리고 1조는 표가 너무 적어 뒤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것도 감안해야 한다. 표를 크게 만들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표를 클로즈업하는 방식으로 강조했어야 했다. 여러분이 발표할 때는 레이저 포인트를 잘 활용해야 한다. 듣는 사람의 주의를 끌어당기고 강조할 부분을 강조할 수 있다."

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 학생들이 실험실습 장비를 다루는 모습. 부경대 제공
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 학생들이 실험실습 장비를 다루는 모습. 부경대 제공

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요즘 '잘나가는' 학과다. 냉동공조분야의 종합설계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1978년 전국 처음으로 만든 학과다. 냉동 및 공기 조화 분야와 관련된 이론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한다. 공대의 다른 학과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성장은 눈부시다. 예전 졸업생들은 주로 냉장고 에어컨으로 대별되는 가전제품 분야, 자동차 선박과 같은 수송 분야, 건물의 냉난방과 같은 공기조화분야로 진출했다. 지금은 태양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분야, 초저온분야 등으로 취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도 최근 각광받는 분야. 원전을 식히는 데 냉각수나 냉각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졸업생의 80% 이상이 취업한다. 이 대학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13년 8월과 2014년 2월 졸업생의 취업률은 81.58%. 졸업생 47명 가운데 진학자 9명을 뺀 취업자가 31명이다. 취업의 질도 좋아 LG 삼성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두산 롯데 한화 등 대기업에 취업한 학생이 10명(32%), 한국수력원자력, 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에도 10명(32%)이 들어갔다. 대기업과 공기업 취업자만 64%다.

최근 5년(2010~2014)간 통계를 보면 508명이 졸업해 진학자 33명을 뺀 367명이 취직했다. 취업률 78.8%. 대기업에 228명(62.1%)이, 공기업에 57명(15.5%)이 입사했다. 대기업은 삼성이 87명으로 가장 많고 LG 70명, 현대중공업 20명 순이다. 공기업으로는 한국수력원자력에 22명, 한국철도공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에 35명이 들어갔다. 학교 측은 "대기업에도 많이 가지만 요즘 들어서는 학생들이 공기업을 선호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스스로 준비하기도 하지만 공기업에 들어간 선배들이 노하우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김태호 씨(4학년)는 이미 대우조선해양에 취업이 확정됐다. 2015년 1월 정식으로 입사한다. 그는 "회사에 들어가기까지 한 달 정도 남아있으니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광 씨도 같은 회사 설계분야에 근무하게 됐다.

취업이 잘되는 만큼 학과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입학경쟁률은 8.32 대 1. 특히 2014학년도 수시(학업우수자Ⅰ)의 경우 커트라인은 1.79등급. 학업우수자Ⅱ도 커트라인이 2등급이다. 박상훈 씨(2학년)는 "취업이 잘된다고 해 입학했는데 선배들이 직장을 잡는 것을 보니 선택을 잘한 것 같다"며 "특히 교과 과정에 실험과목이 많아 취업 뒤 곧바로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태은 씨(3학년)는 수학과 물리를 좋아해 공대, 그중에서도 전망이 좋다는 말에 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를 선택한 경우. 그는 공기조화 분야, 즉 작업환경에 관심이 많다. 또 기계 분야에도 흥미가 많아 대학원에서 1년 정도 더 공부할 생각이다. 그는 "현대자동차에 들어가 여성 엔지니어로 이름을 떨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은 "전국 5개 대학에 같은 과가 있으나 우리 대학이 교수진도 좋고 커리큘럼이 충실하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졸업생을 배출해 대기업 곳곳에 동문들이 중견간부로 포진해 있는 것도 매력. 선배들은 연 1, 2회 특별강연을 통해 후배들의 진로를 잡아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커리큘럼이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실무교육으로 짜여진 것도 부경대 냉동공조공학과의 강점. 한국공학교육인증원으로부터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 기업과 함께 특정 커리큘럼을 만들기도 했다. 냉동공조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이 학과의 교육목표. 때문에 차세대 성장동력과 관련 있는 학문 분야와 융합연구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냉동공조자동제어, 초저온 설비 등 여러 전공 교과목을 이수토록 한다. 주로 1, 2학년 때 이론과 학문을 배우고 3, 4학년이 되면 설비와 응용 부문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현장중심 실무교육과 현장실습(인턴십)을 통해 실무능력을 키우고 있는 것.

냉동설비설계 과목처럼 설계관련 수업을 강화한 것도 같은 이유. 설계 학점만 18학점으로 보통 공대의 다른 학과의 배에 가깝다. 그만큼 곧바로 실무에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4학년이 되면 70~80% 정도가 냉동공조기계기사 1급 자격증 시험을 본다. 평균적으로 이 중 70% 이상이 합격한다. 이 자격증은 취업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학생들을 위한 장학제도도 잘 마련돼 있는 편. 성적 장학금을 비롯해 교육역량강화사업, LINC사업단 등에서 주는 장학금이 풍부하다. 가계가 곤란한 학생들도 장학금을 받는다. 학과 자체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발전기금도 매년 1억 원 정도가 모인다.
부경대에서 잘나가는 냉동공조공학과 4학년 ‘냉동설비설계’ 발표수업.  학생들은 4개조로 나위어 ‘부산신항 냉동창고 설계제안서’를 발표했다. 부경대 제공
부경대에서 잘나가는 냉동공조공학과 4학년 ‘냉동설비설계’ 발표수업. 학생들은 4개조로 나위어 ‘부산신항 냉동창고 설계제안서’를 발표했다. 부경대 제공
" border="0">" border="0">" border="0">">" border="0">윤 교수는 이 학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 가전제품이 세계 1위를 하고 있는 데는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한몫했다고 본다. 국내 냉동 공조 시장은 상당히 발전해 심화과정에 들어가 있다. 이 시장은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화하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수출 시장이 커질 것이다. 중국이 따라오고는 있으나 아직은 분명하게 기술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만큼 학과의 전망은 밝다."

부산=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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