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찰의 날… ‘집회시위 1번지, 광화문’ 관할 종로署 류성호 경비과장의 안전유지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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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거리응원때 분수대 사수했죠… 지반 약해 쿵쿵 뛰면 내려앉을까봐…”

류성호 서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 상황을 보며 무전기로 지시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류성호 서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 상황을 보며 무전기로 지시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휴일도, 휴가도, 퇴근도 없다. 19.4m²(약 6평) 남짓의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고, 하루 평균 10여 곳의 현장에 출동한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며, 불특정 다수에게서 욕설을 듣고 멱살을 잡힌다. ‘제복 공무원’이 되면 가장 보람된 공직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제복은 거의 입지 못한다. 제복을 입으면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의 ‘집회시위 집결지’인 서울 도심을 관할지역으로 둔 서울 종로경찰서(서장 설광섭)에서 근무하는 류성호 경비과장(55)의 일상생활이다. 그는 경찰 생활 30년 중 14년을 경비 분야에서 일해 왔다. 최근 4년간 영등포경찰서,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으로 근무하면서 10명 이상이 모인 집회시위 총 5300여 건을 관리했다. 이때 대형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종로경찰서 관내에서 10명 이상이 벌인 집회시위는 이달 15일까지 3011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있던 2008년(1657건)의 약 두 배다. 청와대, 주한 미국대사관 등 국가 중요시설이 밀집해 있어 집회시위는 이곳에 가장 많이 몰린다. 이렇게 ‘가장 민감한 지역’을 가장 안전하게 지켜온 비결은 뭘까. 경찰의 날(10월 21일)을 맞아 류 과장이 말하는 안전 비결은 이랬다.

일단 모든 상황을 대비할 때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 일례로 올해 6월 브라질 월드컵 응원전 때는 광화문광장 분수대(가로 13m, 세로 46m) 주위로 펜스를 치고 경찰을 배치했다. 지반이 약한 지역이라 붕괴 위험이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서 뛰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다. 큰 행사가 있으면 주최 측과 협조해 경비계획을 짜고, 사고 예상 지역에는 경찰을 배치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고방송을 하면서 위험성을 알린다.

류 과장이 말하는 집회시위 관리의 원칙은 ‘준법 보호, 불법 예방’이다. 일부 시위대들이 갖고 오는 쇠파이프, 화염병, 돌, 계란, 죽봉 등은 흉기로 변할 수 있다. 시민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불법 시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런 물품들을 사전에 차단한다. 이때 “영장 갖고 오라”며 반발하는 시위대도 있지만, 시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엄정한 법 집행도 필수다. 류 과장은 “불법이 발생하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행사는 군중심리가 발동하기 쉬운데, 누군가가 “기습합시다!”라고 유도하면 불법 폭력 사태로 이어지곤 한다. 이를 묵과하면 혼란이 빚어지게 된다. 이런 신조를 바탕으로 올해 종로경찰서에서는 시위 때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을 총 451명 검거했다.

법질서와 안전은 중요해도 눈에 보이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고충도 많다. 위법 행동을 제지하면 반말과 욕설을 내뱉으며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멱살을 잡거나 침을 뱉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불법 시위에 경고방송을 했더니 시위대 30명이 경비과장을 잡겠다며 집단으로 몰려왔다가 “체포하겠다”는 방송을 듣고서야 물러간 적도 있다. 류 과장은 “경비과장으로 일하며 평생 들은 만큼의 욕을 하루에 들은 적도 있다”며 웃었다. 불법행위를 통제하다가 이에 반발하는 사람으로부터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고소도 세 차례 당했다.

류 과장은 “군중은 흥분해도 현장 지휘자는 이성을 지키고 절제하며 행동해야 한다”며 “국민의 치안과 안전을 확보하는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경비 업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경찰의 날#집회시위#종로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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