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1단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가동률 20% 밑도는데… 280억 들여 2단계 시설 공사 논란

  • 동아일보

“인천자유청 혈세 낭비” 비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청장 이종철)이 1단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의 수요를 엉터리로 예측한 탓에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부실한 상황에서 또다시 수백억 원을 들여 2단계 시설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제청은 2단계 시설을 발주하기 전 인천시 감사실로부터 “하수처리수 생산시설 용량과 사용처, 경제성을 고려해 2단계 시설의 준공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인천경제청 직원들 사이에서조차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다. 윗선에서 지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행정이 가능할 수 있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대로 372번길 6(송도동 13-8). 송도국제도시 끝인 바닷가 인근에 위치한 부지에 하루 2만 t의 생산시설을 갖춘 ‘하수처리수 재이용 2단계 시설’(총 사업비 281억 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82%의 공정을 보이고 있고 내년 5월에 준공된다.

인천경제청은 이 시설에서 생산된 하수처리수를 17.5km의 관로를 이용해 송도 5, 7, 11공구 내 대형빌딩(업무시설)이나 대학 공원 화장실 공장 등에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11공구 대부분은 매립조차 안 된 상태이고 앞서 준공된 1단계 시설이 수요 예측을 잘못해 시설 가동률 크게 떨어져 있어 향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단계 시설 바로 옆에 위치한 1단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2009년 5월 준공됐다. 하루 1만3000t의 하수처리수를 생산하는 규모지만 현재 하루 8시간만 가동하며 2700t의 하수처리수만 생산하고 있다. 송도 1∼4공구의 업무시설 공원 등에 사용하지만 수요가 부족해 시설 가동률이 20%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간 민간위탁 운영비 4억3500만 원은 꼬박꼬박 들어가고 있어 예산 낭비 논란도 일고 있다. 165억2900만 원을 들여 1단계 시설을 만들었음에도 지난해 하수처리수 사용료로 받은 돈은 고작 1800여만 원(t당 464원)에 불과하다.

인천시의회 유제홍 의원(새누리당·부평2)은 “기존 1단계 시설의 하수처리수 생산 용량이 충분해서 1단계 시설에 관로만 설치해 얼마든지 5, 7공구로 공급할 수 있었다. 수백억 원을 들여 2단계 시설을 설치한 것은 혈세를 낭비하고 매년 6억 원의 민간위탁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예산 낭비의 대표 사례인 만큼 최종 결정권자인 인천경제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1, 2단계를 통합 운영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하수처리수를 이용하는 기업과 업무시설에 상수사용료 10%를 감면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하수처리수 수요를 늘려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1단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2단계 시설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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