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백령도 예술 프로젝트, 개막일도 못잡고 표류

  • 동아일보

사업 담당자, 감사 적발돼 직무정지
참여 예술가 수십명 지원 못받아

남북 간 긴장이 감도는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이곳에서 4년간 이어오며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예술프로젝트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정전 60주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참석했던 ‘백령도 평화미술프로젝트’가 그렇다. 이 행사는 원래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막일조차 잡지 못한 채 다음 달로 연기된 상태다. 또 정부지원금 10억 원이 배정된 예술가 창작 거주공간(레지던스) 확대사업은 인천시가 ‘예산 1 대 1 매칭(10억 원)’을 해주지 않고 있어 자칫 예산을 반납해야 할 상황이다.

○ 인천 아트 플랫폼 관장 때문에 행사 연기?


설치미술가 A 씨는 지난해부터 백령도에서 열리는 평화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평화를 주제로 한 연작 시리즈를 선보였다. 냉면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 ‘이념의 무게―북으로 보내는 편지’는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거워 대만 중국 전시회에 출품되기까지 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개인전에 이어 다른 작품과의 기획전에 초대됐다.

그는 올해 백령도 12곳에 있는 공소(빈 성당·상주 신부 없이 아무나 와서 기도를 할 수 있는 성당) 등을 돌며 2014 평화미술프로젝트의 출품작을 준비해왔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전시 일정조차 통보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A 씨는 “큰 예술행사인데 참여 작가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전시회를 늦추고 각종 지원도 중단하는 인천문화재단의 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서해5도는 매년 국내외 작가 50∼70명이 수개월씩 백령도에 머물며 작업을 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해외 작가들도 백령도 레지던스에 머물 정도다. 그러나 최근 이 사업을 주도한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이 재단 감사를 통해 직무정지 결정을 받으면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이다.

○ 국고지원사업에 인천시는 무관심

문화부는 평화미술프로젝트의 성과를 인정해 옛 백령병원(지상 2층, 총면적 1589m²)을 예술가 레지던스Ⅱ로 개조하도록 하는 문화재생사업으로 선정했다. 전국 11곳의 지원 대상 중 선도사업으로 꼽힌 이곳에는 예술인 창작 스튜디오, 어린이도서관, 공연장, 전시실, 커뮤니티 공간을 꾸미기로 했다. 상주하는 예술가들이 주민 대상의 다양한 예술교육프로그램을 펼치게 한다는 구상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인천시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재단장을 위한 설계와 운영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이달 중 확실한 답변을 시에 요청했다”며 “10월까지 사업 진전이 없으면 지원금을 국고로 반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인천시는 시장이 바뀐 뒤 백령도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프로젝트에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은 채 매칭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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