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계약 후 업종변경 이유로 보험금 삭감은 부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13시 53분


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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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자가 직업 변경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금 전체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보험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단순히 약관에 적혀 있다는 것만으로는 보험사가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를 들 때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하는 '약관 규정 위반'을 대법원이 엄격히 해석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김모 씨(60·여)가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의 취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김 씨는 2006년 12월 당시 대학생 아들 전모 씨를 피보험자로 현대해상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전 씨는 대학 졸업 후 방송장비 렌탈 서비스업에 종사했는데 2012년 5월 업무 중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러나 김 씨가 보험금을 청구하자 전 씨의 취업 사실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보험사가 직업이 바뀌면 통보해야 한다는 약관을 어긴 이유를 들어 보험금을 반절 가량 적은 2700여만 원을 지급한 것이다.

양 측이 맺은 약관규정 중 분쟁이 발생한 주요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25조 (계약 후 알릴 의무)

①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계약을 맺은 후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자가용 운전자가 영업용 운전자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는 등의 경우를 포함합니다)하거나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직접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서면으로 회사에 알리고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에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③ 제1항의 통지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경우 피고의 청구에 대해 계약자가 그 지불을 게을리 했을 때, 피고는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할 보험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합니다. 다만, 변경된 직업 또는 직무와 관계없는 사고로 발생한 손해에 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④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아니하였을 경우 변경후 요율이 변경전 요율보다 높을 때에는 회사는 동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제3항에 의해 보상됨을 서면으로 통보하고 이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보험사는 김 씨가 25조 규정을 위반했고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삭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김 씨는 "보험 계약 체결 당시 해당약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방송장비 대여업이 고도의 위험 직업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항소심은 보험사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김 씨 측 주장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약관조항은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 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에 관한 것으로 보험자가 명시하고 설명해야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라며 "보험사는 계약 체결 시 이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 약관에 적혀있는 사실 만으로 보험사의 명시 및 설명의 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보험의 중요한 사항이므로 약관에 작은 글씨로 적었다고 해서 보험사가 설명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전 씨의 직업이 방송장비대여 등 업종으로 변경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보험사가 김 씨와 맺은 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말했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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