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官피아 근절’ 강수… 퇴직후 3년간 유관기업 못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공직비리 차단, ‘김영란法’ 보다 센 ‘박원순法’ 추진

서울시가 이른바 ‘박원순법’을 앞세워 강도 높은 공직비리 차단대책을 추진한다. 서울시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조례지만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박 시장이 정부나 국회에 앞서 강도 높은 공직 개혁에 나서는 것이라 이번 개혁안의 파급력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5일 “공직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큰 상황이지만 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서울시는 독자적인 조례 제정을 통해 공직 개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짐에 따라 공직비리와 ‘관피아’(관료+마피아)를 근절시킬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 관피아 고리 끊는 재취업 금지

서울시 공직사회 혁신방안의 주요 내용은 △퇴직공직자 재취업 비리 척결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되는 직무 수행 방지 △공직자에 대한 부정 청탁 근절 등이다.

우선 퇴직공직자의 재취업과 관련된 윤리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에서는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에 대한 별도의 제한 내용은 없다. 서울시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을 새로 넣었다. 이르면 내년 1월 퇴직자부터 적용된다.

또 ‘퇴직공직자 부정청탁·알선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퇴직공무원 특혜제공 신고센터’를 설치해 각종 공사·용역·물품구입 등 입찰·채용에 대한 비리를 신고받는다. 심사 결과에 따라 최대 20억 원까지 포상한다.

직무 연관성을 심사한 뒤 사적인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해당 직무를 맡을 수 없도록 했다. 출신 지역·학교 등 연고 관계가 있는 업무 처리를 막기 위해서다. 대상 범위도 공무원 본인·배우자의 가족까지 확대했다. 기존에는 공무원 본인과 배우자, 공무원의 가족만 포함됐다. 직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안에 따라 직무참여 일시 중지, 직무대리자 지정, 전보 조치한다. 우선 3급 이상 공무원에 한해 내년 1월부터 직무 연관성 유무를 시범적으로 심사한다.

○ 청탁내용 등록 의무화

부정청탁을 받을 경우 청탁사실을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했다. 청탁 내용은 시장이 직접 보고받는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업무를 처리해도 그동안 견책 이상의 낮은 징계가 뒤따랐다. 앞으로는 이럴 경우 금품 수수 등 중과실이 없어도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린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공직자의 금품수수도 처벌받는다. 그동안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만 별도의 경고 없이 바로 처벌했다. 직무 관련이나 대가 여부를 떠나 어느 누구로부터 일체의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고교 동창’이라든가 ‘아무 부탁 없는 인사성’이라며 처벌하지 않던 금품수수도 이제부턴 즉시 직위해제하고 해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김영란법’은 2012년 8월 입법예고됐지만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법이 표류하는 사이 박 시장이 강도 높은 공직개혁안을 들고 나온 터라 국회의 대응을 비롯한 정치권의 반응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시#관피아#박원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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