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선거 앙금 털고… 지역발전위한 ‘통큰 화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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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화해’였다. 6·4지방선거에서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인 라이벌이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승자가 내민 손을 패자는 통 큰 마음으로 잡아줬다. 갈라진 민심을 걱정하던 주민들은 이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정현복 전남 광양시장 당선자(63)와 김재무 후보(54·전 전남도의회 의장)는 23일 광양시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하며 그동안 소원했던 감정을 털어냈다. 이날 만남은 정 당선자가 선거과정의 잡음에 대해 조건 없는 사과의 뜻을 전하고 김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선거에서 정 당선자는 무소속, 김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나섰고 정 당선자(36.5%)가 김 후보(30.5%)를 4269표의 근소한 차로 눌렀다.

선거과정에서 두 후보의 앙금은 쌓여갔다. 정 당선자 측이 김 후보의 전원마을 관련 부동산 투기의혹과 재산신고 누락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고조됐다. 김 후보 측은 정 당선자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하는 등 선거 후유증이 우려됐었다.

정 당선자는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거 과정의 아픔과 갈등을 해소하겠다며 김 후보에게 화해의 몸짓을 보냈다. 21일 김 후보를 직접 찾아갔고 이틀 후 기자간담회를 겸한 오찬에서 손을 맞잡았다. 정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의 갈등 해소와 지역발전을 위해 만남에 동의한 김 후보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선거과정에서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힌 만큼 발목잡기는 안 된다. 지역 화합이라는 대의를 위해 당선인과 뜻을 같이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후보는 당선자와 화해의 자리를 갖는 것에 대해 지지자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지역발전과 화합이 먼저라며 설득했다.

이전투구의 선거판이 끝나면 지역민심은 갈라지기 일쑤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더더욱 그렇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분열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광양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화해’는 지역의 정치 풍토를 바꾸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정승호·사회부 shjung@donga.com
#6·4지방선거#정현복#김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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