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기 수사” 역풍맞는 검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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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4차례 소환 등 고강도 압박… 영장 기각되자 안팎서 쓴소리

이석채 전 KT 회장(69)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15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이 ‘과잉 수사 및 찍어내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역풍을 맞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KT 본사와 서울 종로구 KT 사옥 등 16곳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이 전 회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이 전 회장 자택은 물론이고 계열사 및 관계사 임원 자택 등 수십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회장도 지난해 12월 네 차례 소환돼 밤샘 조사에 가까운 추궁을 당했다. 사회지도층 인사는 통상 한두 차례 소환 조사 후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기존 수사 관행과 크게 달랐다. 이 때문에 처음에 자진 사퇴를 거부했던 이 전 회장을 검찰이 강하게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게다가 이 전 회장의 배임 등 혐의는 당초 1000억 원대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영장 청구 단계에서 120억 원대 배임과 27억 원대 횡령으로 크게 줄었다. 이 전 회장 측은 “배임 부분은 다툴 소지가 많고 횡령 혐의 중 이 전 회장이 사적으로 쓴 것은 7억 원대로 이마저도 경조사비로 사용된 게 대부분”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영장에 적시된 혐의 액수를 보고 숫자 ‘0’이 하나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몇 달간 수십 곳을 압수수색하고 수사한 결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장을 심리한 김우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어 기각하는 게 아니라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영장 청구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주문으로 설치한 검찰 수사협의회에서 서울중앙지검 1∼3차장 산하 부장검사 6명이 함께 내린 결정이라 검찰은 더욱 체면을 구기게 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찍어내기 수사#검찰#이석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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