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30도 경사… 등산하듯 오르는 어린이회관을 어이할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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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례 접근성 개선 토론회… 의견 갈려
“무빙워크 등 편의시설 신설할 필요”, “수림 잘 보전돼 있어… 환경훼손 우려”
관람객 중 어린이-청소년이 62%

부산어린이회관으로 오르는 500m 정문 접근로. 경사도가 5∼30도여서 어린이와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 등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많아 편의시설 설치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부산교육청 제공
부산어린이회관으로 오르는 500m 정문 접근로. 경사도가 5∼30도여서 어린이와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 등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많아 편의시설 설치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부산교육청 제공
“3세, 4세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어린이회관의 시설이 좋아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대가 너무 높아 걸어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여름에는 특히 힘듭니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는 부산어린이회관에 대한 30대 아버지의 의견이다.

부산어린이회관의 접근성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부산시교육청과 환경단체 등은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시설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부산시의회와 시민들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어린이회관은 40여 년 전인 1974년 9월 7일 문을 열었다. 3만4554m²(약 1만 평)의 터에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7개의 전시관에 100여 종의 체험 위주 전시물이 배치돼 있다. 305m²(약 92평)의 식물원에는 170여 종의 식물이 자란다. 발명공작실, 과학실, 정보실 등으로 꾸며진 장영실관과 영재학습관, 어린이과학도서실, 유아놀이동산, 소극장도 갖춰져 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체험 교육의 장이어서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 지난해 이용객은 41만8000여 명.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22만8894명이 이용했다. 이 중 어린이 및 청소년 비중이 62.2%였다.

그러나 이용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어린이회관 시작 지점에서 본관까지 이르는 정문 500m 구간 접근로. 경사도가 5∼30도여서 어른이 걸어가는 데도 힘이 들 정도다. 긴급차량 외에는 차량도 통행할 수 없다. 단지 25인승 이하 장애인 차량과 유치원 단체 차량은 이 길과 다른 후문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종합경제연구원이 최근 시민 84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196명이 불편을 지적했다. 또 450명(53%)은 이용자 편의를 위해서라면 접근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민 요구가 끊이지 않자 부산교육청은 셔틀버스, 무빙워크, 에스컬레이터, 경사형 엘리베이터, 수직엘리베이터 등 보행 편의 시설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다. 또 최근에는 부산시의회와 공동으로 2차례 접근 편의성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신태철 시의원은 “어린이회관의 접근성 문제는 시와 교육청은 예산 부담 및 사업추진 주체 등을 떠넘기고 있다”며 “시교육청은 현 시설에 대한 접근성 개선 노력은 미룬 채 과학체험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500억 원 규모의 과학체험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여론을 담은 인터뷰 영상에서 40대 여성은 “경사가 심해 아이를 데리고 오르기에는 너무 힘들다”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같은 게 있으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신복순 부산도시공원위원회 위원은 “현재 접근로 지역은 수림대가 잘 보전돼 있고, 환경 훼손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진입로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성근 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도 “필요한 공간은 제대로 지킨 다음 사회적 합의와 아이디어를 모으자”고 말했다.

김문기 시교육청 담당 계장은 “다음 달 최종 용역보고회가 있는 만큼 그때까지 자연환경,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에 대한 시설 배려, 장기적인 안목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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