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던 불법 성매매 현장, 흔적도 없이 싹~…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10층짜리 건물 앞. 이곳은 한때 유흥주점과 모텔 객실을 함께 운영하는 소위 ‘풀살
롱’이었지만 강남구의 단속에 걸린 뒤 내부 시설 철거 명령을 받고 건물 전체를 비웠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10층짜리 건물 앞. 이곳은 한때 유흥주점과 모텔 객실을 함께 운영하는 소위 ‘풀살 롱’이었지만 강남구의 단속에 걸린 뒤 내부 시설 철거 명령을 받고 건물 전체를 비웠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10층짜리 건물. 1∼10층 전체를 유흥주점과 모텔을 결합한 소위 ‘풀살롱’으로 영업했던 이곳은 올 초 단속에 걸린 뒤 문을 닫았다. 풀살롱은 4∼6층을 유흥주점으로, 7∼10층을 모텔 객실로 허가받았으나 1층은 S치킨으로, 2, 3층은 한정식 집으로 허가받은 뒤 불법 유흥 영업을 했다.

그러나 17일 오후 취재팀이 찾아가 보니 이 건물은 문이 폐쇄된 채 전체가 비어 있었다. 강남구가 건물 전체의 불법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강남구 불법퇴폐행위근절전담 태스크포스(TF)팀 김인종 주임은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10층 건물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고 통보했다”며 “건물 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자치단체의 불법 성매매 업소 단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영업정지를 받아도 벌금을 문 뒤 업주 명의만 바꿔 다시 영업을 하거나 권리금을 받고 되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남구는 이 같은 편법 영업 재개를 막기 위해 전국 최초로 업소 인테리어(시설물) 철거를 시행 중이다. 강남구는 지난해 7월 불법퇴폐행위근절전담 TF팀을 발족한 뒤 1년 동안 한식집 등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고 불법 퇴폐 영업을 하던 148곳을 적발했다. 일반음식점은 학교 주변이나 주택가에서도 허가가 가능하고 세금도 탈세할 수 있기 때문에 성매매 업소들이 눈속임을 하고 영업을 많이 한다. 강남구는 이런 업소들을 적발하면 영업정지와 함께 시설물을 철거하고 있다. 현재 단속된 148곳 중 97곳은 시설물을 철거하고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 구는 철거 명령에도 업주가 철거하지 않고 버티면 구청이 대신 철거한 뒤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성매매 업소로 유명했던 L관광호텔은 K-팝 공연장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접대부만 1000명을 고용해 단속 당시 화제를 모았던 S관광호텔은 현재 의류를 판매하는 아웃렛으로 운영되고 있다.

취재팀은 지난달까지 초등학교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키스방으로 영업하다가 단속된 곳을 찾았다. 업소는 문은 닫았지만 아직 시설물 철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강남구 TF팀 관계자는 시설물을 점검한 뒤 곧바로 철거명령 통지서를 건물 대문에 붙였다. 건물 관리자는 “(단속 후) 보증금 등을 세입자에게 다 내주고 바로 보냈다”며 “장마가 온다고 해서 아직 공사를 시작하진 못했지만 곧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물주들도 알고 내주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요즘 불법 업소에는 임대를 안 해 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논현동 인근에서 만난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강남엔 키스방 같은 불법 업소는 하면 안 된다는 소문이 다 났다”고 전했다. 최근 한 성매매 업자가 이 거리의 한 건물에 계약금을 내고 인테리어까지 마쳤지만 주변 업소들이 수시로 단속되자 계약을 취소했다.

업주들의 반발도 심하다. 지난해 말 강남구 청담동에서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은 뒤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한 업주는 단속을 당해 철거명령이 떨어지자 오전 3시에 강남구청 건축과에 찾아와 문을 부수는 등 난동을 벌여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새벽에 업주들이 전화를 걸어 협박하는 일은 다반사”리고 말했다.

강남구의 불법퇴폐행위근절전담 TF팀은 1년 동안 505곳의 불법 퇴폐 업소를 단속했다. 창원시와 인천시 서울 광진구와 서초구, 울산지검 등 20여 곳이 시설 철거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강남구를 방문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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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시설물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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