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동서남북]춘천시-의회, 자존심싸움에 허송 市살림은 뒷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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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모 사회부 기자
이인모 사회부 기자
강원 춘천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춘천시의회는 4일 행정사무감사 계획을 심의하기 위해 임시회를 열었지만 시장과 집행부는 출석하지 않았다. 춘천시는 시의회로부터 출석 요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시의회는 개·폐회 시 집행부의 참석이 관례인 점을 들어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번 갈등은 지난달 22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이광준 시장이 시의원의 10분 자유발언에 대한 반론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한 데서 촉발됐다. 당시 이재수 의원은 춘천시가 ‘손가락 욕’으로 논란을 빚은 한 공연자의 춘천마임축제 출연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을 비판했다. 이 시장은 해명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의회는 거부했다. 시의회는 27일 열린 임시회에 시장이 불출석하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폐회했다.

시와 의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시의회 본회의에서 모 의원이 10분 자유발언을 통해 시의 장애인 정책을 비난하자 이 시장은 반론권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시장과 당시 의장 간에 반말과 고성이 오갔다. 9월 열린 임시회에서도 시장이 같은 이유로 퇴장하면서 파행을 겪기도 했다.

시정 비판에 대해 반론권을 달라는 시장의 요구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한다고 해서 의회에 참석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반론은 회의장에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밝힐 수 있다. 춘천시의회 회의 규칙에는 ‘시장이나 관계 공무원이 발언을 하려면 의장 또는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발언 기회 부여는 의장의 고유 권한인 셈이다.

시정에 대한 비판은 시의회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비판은 어디까지나 건전한 비판이어야 한다. 인격을 무시하거나 감정을 자극해선 안 된다. 더욱이 시장 불출석을 이유로 의결권을 포기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죽하면 이·통장 연합회가 “일하지 않는 의원은 세비를 반납하고 물러가라”며 집회를 했을까.

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온다. 시나 의회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이 절실하다.

이인모 사회부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춘천시#시의회#행정사무감사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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