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진주의료원 4월부터 휴업 돌입하기로, 환자들 “의료비 부담… 옮길 병원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9일 03시 00분


‘마주보고 달리는 두 열차.’

18일 경남도청 안팎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서민 진료기관인 진주의료원 폐업을 둘러싼 공방 때문이었다. 특히 이날 의료원 폐업 방침을 굳힌 홍준표 도지사가 ‘다음 달 의료원을 휴업하겠다’고 발표해 긴장감은 더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진주의료원 노조, 환자 가족, 야당 도의원 등은 한목소리로 홍 지사를 비난했다. 이들은 홍 지사 면담을 위해 도지사실로 가려다 경찰과 충돌했다. 도청 정문 앞과 마당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 이달 말까지 휴업 예고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휴업 발표문을 통해 “의료원 노조가 (도청에서 파견한) 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파견 공무원 출근을 저지하며 의료원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 치료와 전원(轉院)에 심각한 차질이 생겨 휴업을 하기로 했다”며 “갑작스러운 휴업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18일부터 30일까지 휴업 예고기간을 거쳐 휴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도는 의료원 의사와 간호사에 대해 “휴업 전까지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진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빠른 시일 내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 안전한 치료를 받도록 하라”고 사실상 최후통보를 했다.

이에 앞서 홍 지사는 이날 실국원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경남도와 도의회의 경영개선 요구를 묵살한 강성 노조에 있다”며 “진주의료원은 강성 노조의 해방구여서 공공의료를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담당부서에서는 의료원 운영과정에 부정부패가 있었는지, 리베이트는 없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진주의료원 경영부실의 책임이 노조와 일부 관리직에게 있다는 평소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 “투쟁 강도 높여갈 것”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 지사의 반의료적, 반인륜적 행위를 폭로하고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와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홍 지사의 모든 일정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홍 지사는 강제휴업 조치와 폐업 방침을 철회해야 하며, 정부는 공공병원 폐업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재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도청 정문 옆에서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또 방송 홍보차량을 활용해 경남 전역을 돌며 의료원 폐업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진주의료원 입원환자 가족들이 강제휴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7년간 간병하고 있는 박모 씨(64)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갈 수도 없지만, 그나마 장기 입원환자를 받아주는 병원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환자 가족들도 “의료원 폐업으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죽음이 생긴다면 폐업을 주도한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돈 없고 갈 데 없는 환자들이 의료원에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보건의료산업조노 울산경남본부 박현성 조직부장은 “이미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의료원 폐업을 철회하지 않고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홍 지사가 의료원 노조를 강성이라고 호도하지만 경영부실의 책임은 대부분 역대 의료원장과 경영진, 그리고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경남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남도는 휴업 예고기간 이후 정식 휴업을 하고 다음 달 초 도의회에서 조례 개정이 끝나면 해산과 청산 절차를 밟는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의료원 입원환자가 120여 명에 달하고 의료노조, 지역사회와 야권의 반발이 여전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진주의료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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