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첫 공공기관장 인사, 결국 낙하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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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캠프 출신 고학찬씨… 예술의전당 사장 내정
공연계 “방송통… 낯선 인물” 문화부 “경험 풍부한 전문가”
관장 재직중인 윤당아트홀… 육여사 삶 그린 뮤지컬 공연

예술의전당 사장에 고학찬 윤당아트홀 관장(66·사진)이 내정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문화예술분야의 첫 공공기관장 인사다. 임기는 3년. 신임 고 사장은 공연계에서 ‘낯선 이름’인 데다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연계 인사들은 “고학찬이나 윤당아트홀이란 이름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예술의전당 이사는 “10월 시즌제 도입 등 도약을 위해 중요한 시기인데 코드 인사로 사장을 앉히다니 무척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브리핑에서 “고 사장을 임명한 이유는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문화예술 서비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 사장은 2009년 개관 때부터 윤당아트홀 관장을 맡은 것이 공연 관련 경력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루미늄 제조업체 조일알미늄이 운영하는 윤당아트홀(서울 강남구 신사동)은 146석, 259석 규모의 2개관을 갖춘 소규모 공연장으로 자체 기획 공연 없이 대관으로만 운영돼 왔다. 현재 육영수 여사의 삶을 그린 뮤지컬 ‘퍼스트레이디’를 공연 중이다. 고 사장은 TBC PD(1970∼1977년), 제일기획 Q채널 국장(1994∼1997년),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장(1997년)으로 주로 방송계에서 활동했다. 2000년대엔 서울예술대와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고 사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대통령의 문화예술분야 멘토 역할을 해왔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문화예술분야 간사를 맡았고 지난해 대선 땐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이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1일 “산하기관장 인사 시 실력과 전문성을 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정철학을 공유한 사람을 임명해 달라”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대통령의 의중대로 인사가 이뤄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문화부는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있던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문화예술에 대해 자문역을 한 정도였으며 정치적 색깔을 가졌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윤종·조이영 기자 zozo@donga.com
#고학찬#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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