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두근두근 메트로]4시간 ‘페달질’에 땀이 송글… 23km 절경 “오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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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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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아라뱃길 자전거길…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니

10일 본보 손효주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경인아라뱃길로 가며 강서습지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공원의 갈대밭과 버드나무숲, 조류 관찰대를 통해 보이는 한강 철새는 자전거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줬다. 공원 안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수 없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양해를 구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0일 본보 손효주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경인아라뱃길로 가며 강서습지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공원의 갈대밭과 버드나무숲, 조류 관찰대를 통해 보이는 한강 철새는 자전거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줬다. 공원 안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수 없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양해를 구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말 아라뱃길까지 가시게요? 자전거는 좀 타봤어요? 많이 힘들 텐데…. 기어 단수 높은 고급자전거로 빌려가세요. 그래야 그나마 덜 힘들어요.”

10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원효 자전거 대여소. 힘들 거라는 대여소 직원의 말에 기자는 코웃음을 쳤다. 원효 대여소에서 인천 계양대교 남단의 경인아라뱃길 자전거 대여소까지는 23km. 한 시간에 10km씩만 달려도 2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아닌가.

서울시는 1일부터 원효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아라뱃길 대여소에서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기자는 남편과 함께 ‘23km 자전거 여행’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4시간을 사용하는 데 1만8000원인 고급 자전거(일반 자전거는 9000원)를 빌렸다. 4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15분마다 1000원씩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4시간을 초과하면 15분당 1000원씩(일반자전거는 500원)을 더 낸다. 기자는 2시간을 일찍 도착해 8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기자의 자신감은 30분 만에 꺾였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는 내리막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였다. 한강 자전거길은 정직하게 페달을 밟아야만 했다. 그나마 힘이 부칠 때마다 쉬거나 볼만한 공간이 나오는 것이 다행이었다.

마포대교 남단을 지나 서강대교 남단에 접어드는 구간부터는 자전거길과 한강 사이의 둔치 폭이 10여 m에서 3∼4m로 좁아지면서 한강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조금씩 힘이 들기 시작했지만 한강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서강대교를 지나니 ‘이야기 정거장’이라 불리는 자전거 쉼터가 나왔다. 한강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의자에 앉아 햇살에 반짝이는 한강을 내려다보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 놀란 근육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다시 1시간여를 달리자 행주대교 부근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소가 나왔다. 강서습지생태공원. 키 큰 갈대와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만든 오붓한 공간이 펼쳐졌다. 숲 사이의 습지에선 철새 한 무리가 평화롭게 봄을 즐기고 있었다. 습지 위에 설치된 탐방로를 걷다 보니 탐방로 끝에 조류 관찰을 위해 목제 벽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 놓은 조류 관찰대가 나왔다. 관찰대 구멍을 통해 보면 청둥오리, 황오리 등 각종 철새가 떼를 지어 노는 한강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행주대교 남단을 지나 한강자전거길이 끝나고 왼쪽으로 꺾이는 구간에 들어서자 아라뱃길자전거길에 들어서기 전 거쳐야 하는 부두 구간이 나왔다. 국토종주자전거길 표지를 따라 전진하다보면 한진해운경인터미널과 아라뱃길 김포터미널을 볼 수 있다. 4000t 규모의 화물선과 700∼800t 규모의 여객유람선 등 10선석의 선박 계류장이 설치된 거대한 터미널은 그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부두 구간을 지나자 곧 아라뱃길을 따라 정비된 자전거길이 시작됐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기자 옆으로 수로를 꽉 채울 듯 거대한 규모의 배가 유유히 지나간다. 마치 외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 도착한 아라뱃길 대여소. 대여 시간인 4시간을 꽉 채워 차액을 돌려받을 수도 없었다. 평소 농구마니아로 체력이 좋다고 자부하던 남편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남편은 “페달을 밟느라 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면서도 “서울에서 인천까지 자전거로 완주하는 데 성공해 뿌듯하다”고 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공항철도 계양역을 이용해 서울로 돌아왔다. 가는 데는 4시간이 걸렸지만 공덕역까지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22분에 불과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많아 눈을 감고 올 수 있었다. 체력이 된다면 서울로 돌아오기 전 아라뱃길을 따라 있는 두리생태공원, 김포평야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통누각 만경원에 들르는 것도 자전거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하는 방법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수도권#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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