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뉴스/탐사리포트 A+]“방값 필요 없으니 몸만 들어와”…대학생 월세 잔혹사

  • 채널A
  • 입력 2013년 3월 13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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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남)대학가 주변 월세값이 크게 오르면서
방 한 칸 못구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정상적인 '이성 계약동거'가
은밀히 퍼지고 있습니다.

(여)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남성들이 가난한 여대생에게
방을 공짜로 제공하는 대가로 육체적 관계를 요구한다는겁니다.

그 실태를 신재웅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등학교를 마치고
처음 서울살이를 시작한
대학 새내기 유가연 씨.

비싼 월세 때문에
자취방 '룸메이트'를 찾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인터넷 게시글을 보고
연락해온 남성들 때문입니다.

[인터뷰: 유가연 / 백석예술대학교 1학년]
"이 사람이랑 살면 되겠다. 이런 식으로
연락을 하는데… 여자인 줄 알았던 거죠.
그래서 '언니가 편한 데로 하자' 했더니
언니가 아니래요. 오빠라는 거예요"

방값은 필요 없으니
몸만 들어오라는 남성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또 남잔데,
영어를 가르치신대요.
'영어도 같이 가르치면서 살 수 있다.'
'방세는 안 받겠다.' 하면서…"

유 씨는 결국
룸메이트 찾기를 포기하고
작은 고시원을 택했습니다.

한 인터넷 자취생 커뮤니티,

이성 룸메이트를 찾는 글이
쉽게 눈에 띕니다.

취재진은 여성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남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역시 몸만 들어오면 된다며
자신의 다섯 평 남짓한 자취방을
보여주는 27살 김모 씨.

[인터뷰: 김모 씨 / 27살]
"동거계약서인가? 그런 것 쓰고…
생활비라든가 뭐 사인을 하면서
'이걸 지켜야 되겠다.'
청소를 한다든지… 빨래를 한다든지…"

계약서를 쓰면서 은근슬쩍
방값 대신 육제적 대가를 요구합니다.

[인터뷰: 김모 씨 / 27살]
"전 솔직하게 얘기하면 성욕은
좀 많은 편이고… 주당 한 네 다섯 번?"

또 다른 남성인 38살 이모 씨,

반년 정도 다른 여대생과 함께
계약 동거한 경험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인터뷰: 이모 씨 / 38살]
"((여대생) 나이가 어떻게 됐어요?)
스물넷이요. 어학연수 간다고…
6개월 후에 소리소문 없이 나갔어요."

집값을 대신 내주고
성욕을 채우겠다는 속셈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 / 38살]
"월세 관리비 그런 거는 남자가 제가 부담하고,
대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연애'를 한다는 조건으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자취생 커뮤니티는
이성 룸메이트 찾기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전화녹취: 룸메이트 커뮤니티 관리자]
"(여성이) 나가면 또 모집하고…
이런 케이스들이 많더라고요.
여자 회원분이 항의해서 금지했던 거구요."

[스탠드업: 신재웅 기자]
"방값 대신 육체적 관계를 요구하는 계약 동거,
이처럼 위험한 거래가 오가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치솟은 방값 때문입니다."

시내 대학가 주변의 자취방은
월세 4~50만 원 이상이 대부분이고,
전세는 이미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최희근 / 부동산업체 이사]
"최소한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관리비 5만 원… 전세시장은 0.001%,
지방에서 오시는 부모님들이 90%인데
등골을 빼는 거야…"

서울 시내 대학 재학생은
약 27만여 명,

그 중 절반 이상인
약 14만 명이 지방 출신입니다.

하지만 대학 기숙사의 수용 인원은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머물 방 한 칸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된 자취생활.

정다희 씨는 반지하 방에서
벌써 세 번째 학기를 맞습니다.

[인터뷰: 정다희 / 덕성여자대학교 2학년]
"방값은 같이 나눠서 40만 원이고요.
보증금이 30만 원인데
이것도 저희가 깎아서 그 정도 된 거고…"

발품을 팔아 어렵게 구한 집,
하지만 주거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정다희 / 덕성여자대학교 2학년]
"싼 계약 조건에 맞춰 들어간 애들은 벽지나 안보이는
구석구석에 곰팡이 같은 것도 슬어 있고
방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비싼 등록금 부담에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방값.

급기야 기형적인 계약동거로까지 내몰리는 대학생들의
절박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채널A 뉴스 신재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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