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귀향 앞둔 제돌이, 산넙치 던지자 잽싸게 덥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사냥과외 받는 제돌이 6월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아가는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1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활어 사냥 훈련을 하고 있다. 제돌이 야생방류시민위원회는 4월 제돌이를 제주도로 옮겨 최종 훈련을 시킨 뒤 6월 제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냥과외 받는 제돌이 6월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아가는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1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활어 사냥 훈련을 하고 있다. 제돌이 야생방류시민위원회는 4월 제돌이를 제주도로 옮겨 최종 훈련을 시킨 뒤 6월 제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제돌이가 있어야 할 곳은 한라산과 구럼비가 있는 제주도입니다.”(2012년 3월 12일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지난해 3월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돌고래쇼장에서 불법 포획 논란이 일었던 돌고래 ‘제돌이’를 풀어 주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물 보호론자들은 박 시장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었고 방사에 필요한 7억5000만 원의 예산을 두고 ‘1회성 이벤트에 시민의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박 시장이 제돌이를 풀어 줄 곳으로 해군기지 건설 갈등이 심했던 ‘강정마을’을 언급해 정치적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몸무게 206.5kg, 14년생인 남방큰돌고래 수컷 제돌이는 동물원 돌고래쇼의 재롱둥이에서 느닷없이 사회적 이슈 메이커가 됐다.

○ 제돌이는 이별 연습 중

그로부터 1년. 이 같은 사정을 알 리 없는 제돌이는 야생 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가로 12m, 세로 5m, 깊이 3m의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제돌이는 4월 중 4년간의 동물원 생활을 접고 고향인 제주 바다로 떠난다.

제돌이는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불법 포획됐다. 제주 서귀포의 돌고래쇼 공연장인 ‘퍼시픽랜드’에 함께 포획된 암컷 복순이와 함께 1500만 원에 팔렸다. 몇 달 뒤 바다사자 2마리와 교환돼 서울대공원으로 올라왔다. ‘제돌이’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제주지방경찰청이 제돌이 등을 불법 포획하고 거래한 어민을 수사하면서부터. 법원은 1, 2심에서 불법 포획된 제돌이와 퍼시픽랜드에 있는 다른 4마리의 돌고래에 대해 몰수형을 선고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동물원 수족관에서 만난 제돌이는 ‘먹이훈련’ 중이었다.

사육사가 남해안에서 공수한 살아 있는 고등어와 넙치를 수조 안에 던지자 제돌이가 날렵한 몸놀림으로 물고기들을 잡아먹었다. 그동안 죽은 고등어와 전갱이만 먹었던 제돌이가 야생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사육사들은 제돌이에게 하루 5번의 식사 시간 때 아무 조건 없이 먹이를 주고 있다. 이전에는 묘기 연습을 해야 먹이를 줬다.

4년 전 제주에서 직접 제돌이를 서울로 데려와 인연을 맺은 박창희 사육사는 “지금까지는 먹이훈련이나 이별 연습을 무리 없이 잘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육사들은 방사를 앞두고 꼼꼼히 제돌이의 몸무게와 혈액, 체온 등을 측정해 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제돌이는 동물원에서 육로로 인천으로 옮겨진 뒤 선박이나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로 옮겨진다. 제주에서는 한동안 바다에 설치된 야생적응훈련장에서 적응훈련을 하게 된다. 그물로 된 직경 30m 정도의 가두리양식장에서 살아있는 생선을 먹이로 공급받으며 바다에서 살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시험에 합격하면 6월에는 훈련장을 떠나 진짜 바다로 나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방류하는 곳은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목격되는 길목 3곳 중 한 곳이다. 한때 정치적 논란이 일었던 강정마을 앞바다는 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 “사람 너무 좋아해 걱정”

동물원의 남방큰돌고래를 방류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돌이가 야생에 적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돌이 야생방류시민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돌고래 무리에 합류하지 못한다 해도 제주 연안에서 먹이를 잡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육사도 제돌이와 이별 연습 중이다. 그는 “처음엔 과연 야생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1년 동안 야생 적응 훈련을 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제돌이가 고향으로 돌아가 여자친구도 만들고 새끼도 낳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돌이에게 가장 큰 적은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원에서 생활하며 쌓인 인간과의 친밀함이다. 제돌이는 동물원에서 사육사들과 4년간 생활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경계가 거의 없는 편이다. “야생에서 적응하는 것은 크게 걱정되지 않는데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게 걱정이에요. 호기심 때문에 어선에 가까이 갔다가 그물에 걸리거나 포획될 수도 있는데…. 제돌이가 사람을 너무 믿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박 사육사)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서울대공원#남방큰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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