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환경미화원들 아름다운 십시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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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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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 쪼개 모은 돈, 일하는 대학 학생들 장학금으로
영남대 60명 매년 300만원 약속… 계명대 폐품 팔아 기부금으로
대구-경일대도 월급 모아 쾌척

4일 영남대 발전협력팀을 찾은 환경미화원 안복례 김정자 장학생 씨(왼쪽부터)가 해마다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를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영남대 제공
4일 영남대 발전협력팀을 찾은 환경미화원 안복례 김정자 장학생 씨(왼쪽부터)가 해마다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를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영남대 제공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더 많이 주고 싶은데….”

영남대에서 5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안복례 씨(51·여)는 장학금을 기부한 이유를 묻자 “큰돈도 아닌데”라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그는 5일 “학교와 학생 덕분에 내 일자리가 생겼다. 집 형편이 넉넉지 않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얘기를 듣고 작은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 환경미화원들이 따뜻한 마음을 담은 장학금을 잇따라 기부하고 있다. ‘십시일반’의 정성이다. 영남대 환경미화원 60명은 4일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 달라”며 모은 300만 원을 대학 측에 전달했다. 50, 60대 미화원들은 공과대 이과대 등 건물 10여 곳에서 1∼5층을 오르내리며 청소하고 있다. 강의실과 복도, 화장실을 쓸고 닦고 쓰레기더미도 치우며 종일 일하고 받는 월급은 100만 원 정도. 몇몇 학생이 경제 사정 때문에 등록금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장학금 모금을 결정했다.

이들은 월급에서 5000원을 모아 매년 300만 원씩 기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환경미화원 김정자 대표(62)는 “회원 대부분이 자식을 어렵게 공부시킨 경험이 있어 그런지 장학금 모금에 흔쾌히 동의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 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 측은 미화원들의 소중한 뜻을 받아 이 장학금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공부하는 모범 학생들에게 나눠 줄 예정이다.

소식을 들은 학생들도 작은 보답에 나섰다. 미화원 아주머니들의 일을 덜어 주겠다며 깨끗한 캠퍼스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 금진욱 총학생회장(27·건축학부 4년)은 “학생들 모두 장학금을 받은 느낌이다. 이번 학기부터 개인 쓰레기 줄이기부터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계명대 환경관리 직원들은 2000년부터 폐지와 고철 등을 판 돈으로 이웃을 돕고 장학금도 기부하고 있다. 40여 명이 “폐품을 팔아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며 자원봉사단을 꾸려 시작한 것이 13년째. 지금은 52명이 참여하고 있다. 재활용품을 팔아 마련한 연간 500만∼700만 원을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회관이나 소년소녀가장, 혼자 사는 노인 등에게 쓴다. 3년 전부터는 계명대 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내고 있다. 장한수 봉사단 회장(46)은 “한 사람이라도 더 돕겠다는 생각에 재활용품 수집을 열심히 하다 보니 대학 환경도 더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대구대와 경일대 환경미화원들이 월급을 모아 장학금을 기부했다. 대구대 시설관리 직원 114명은 월급에서 5000원씩 모아 ‘그린장학금’ 400만 원을 만들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4명에게 지원했다. 경일대 환경미화원 38명의 모임인 ‘작은 사랑’도 장학금 200만 원을 학생 4명에게 나눠 줬다. 홍재표 경일대 학생처장은 “장학금 의미가 뜻깊어 받은 학생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끼는 것 같다. 미화원들같이 어려운 형편에도 다른 이웃을 돌볼 줄 아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환경미화원#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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