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도시철도 70만km 무사고 기관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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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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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하영조 기관사
295개월 동안 안전운행, 지구 17.5바퀴 달린 거리

295개월 동안 결근이나 사고 없이 전동차를 몰아 70만 km 무사고 운전기록을 세운 하영조 기관사가 부산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시민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제공
295개월 동안 결근이나 사고 없이 전동차를 몰아 70만 km 무사고 운전기록을 세운 하영조 기관사가 부산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시민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제공
“저 개인의 업적이 아닙니다. 함께 고생하면서 도움을 준 동료 기관사들이 이룬 성과죠.”

27년 역사의 부산도시철도(지하철) 최초로 70만 km 무사고 기관사가 탄생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승무사업소 하영조 기관사(58)가 그 주인공이다.

배태수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14일 오전 10시 40분 부산도시철도 70만 km 무사고 달성 지점인 범내골 역에서 2096열차를 운전해 들어온 하 기관사에게 해외여행권과 격려금을 전달하며 축하했다.

행사 직후 다시 전동차 운전대를 잡은 하 기관사는 “추운 날씨에도 바쁜 걸음으로 출근하는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하 기관사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1978년 철도청 공무원을 시작했다. 부산이 좋아 1985년 부산지하철 개통 준비요원으로 지원한 뒤 1988년 7월 17일 1호선 개통 때부터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후 295개월 동안 결근이나 사고 없이 전동차를 몰면서 대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지구를 17.5바퀴, 서울∼부산을 1555회 운행한 거리다. 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에서 신평역(32km)을 1만940회 왕복한 셈이다. 부산교통공사에서 앞으로 7년 이내에는 달성자가 나오기 어려운 기록으로 보고 있다.

하 기관사는 “기관사 생활 중 8년 전 연산역에서 있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열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70대 할머니가 ‘강원도에 시집간 딸을 찾아가야 한다’며 문을 두드렸다. 하 기관사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운전실 뒤 객실로 안내했다. 종착역인 노포역에 도착한 뒤 버스터미널에서 차비 5만 원을 들여 시외버스까지 태워드렸다. 그는 “딸을 잘 만나셨으면 좋겠다. 행복하시길 기원한다”며 웃었다.

업무 특성상 매일 사고 위험이 있는 그이기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1998년 6월 서면 역 승강장에서 선로로 추락한 만취 승객을 발견하고 30cm 앞에서 겨우 정차했을 땐 온몸이 얼어붙었다고 회상했다. 2002년 9월엔 온천장역 매표소에 칼을 들고 침입했던 강도가 달아나면서 마침 승강장에 정차해 있던 하 기관사 열차에 올라탄 사건도 있었다. 그는 “당시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출동한 경찰과 같이 범인을 잡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하 기관사는 최근 잇따르는 지하철 안전사고에 대해 시민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기관사들은 정기적인 훈련으로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고 사전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승객들은 출입문이 닫힐 때 무리하게 승차하지 말고 다음 열차를 이용하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역무실로 신고하고 만약 선로에 추락한 이가 있을 경우 적극적인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정년을 2년여 앞둔 그는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가족에게 항상 미안하다. 그래도 시민들의 발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가족 덕분”이라고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 도시철도#하영조 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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