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 청소년 뇌사자의 간 70% 성인에 이식

  • 동아일보

美선 소아-청소년 우선 이식… 전문가들 “관련 규정 고쳐야”

국내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뇌사자가 기증하는 간 10개 중 7개는 성인에게 이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아·청소년은 대부분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간을 기증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대 외과학교실 연구팀은 2006년 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한국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수집된 간이식 자료 4462건을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 뇌사자 85명의 간 중 58건(68%)이 성인에게 기증됐다고 7일 밝혔다. 이 분석 결과는 대한이식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서 간이식을 기다리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83명. 간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이렇게 많지만 이들에게 간을 줄 수 있는 소아·청소년 뇌사 기증자는 전국을 통틀어 한 해 평균 1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나마 대부분이 성인에게 기증되고 있다.

소아·청소년 뇌사자의 장기를 성인에게 기증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소아·청소년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는 게 문제다. 현행 규정상 소아·청소년 환자는 우선 부모로부터 간을 기증받아야 한다. 부모가 기증할 수 없을 때에는 ‘분할 이식’ 대기자로 등록한다. 분할 이식은 1개의 간을 2명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성인과 소아·청소년에게 나눠서 기증된다.

이 때문에 소아·청소년이 뇌사자의 간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소아·청소년이 간을 이식받은 243건의 80.2%(195건)가 생존해 있는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은 사례였다. 주로 부모나 친척이 간을 기증했다는 말이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외과학교실 교수는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 수가 연간 400명이 넘는데, 소아·청소년은 소외되고 있다. 환자를 둔 부모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이식관리센터 또한 이런 지적을 어느 정도 인정해 센터의 간장분과위원회가 관련 조항을 삭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뇌사자의 장기를 소아·청소년에게 우선 이식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소아·청소년 뇌사자의 장기에 대해선 소아·청소년이 먼저 기증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소아#청소년#간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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