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전교조 전략 앞세워 중도층 흡수 주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문용린 당선인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문용린 후보(65)가 당선되면서 서울 교육이 2년 만에 보수 성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20일 시작되는 서울시교육감의 임기는 2014년 6월 30일까지다.

문 당선인은 19일 투표 직후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13.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교육에도 정치와 이념 잣대를 들이댄 좌파 논리에 시민들이 지치면서 제게 표를 모아줬다. 서울교육이라는 항공모함을 옳은 길로 이끄는 데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열흘 정도 앞두고 반(反)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략을 강화했다. 홍보 현수막을 ‘보수단일후보 문용린’으로 바꾸는 한편, 좌파의 이수호 후보(63)가 전교조 위원장 출신임을 알리며 차별화에 나섰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좌파 또는 진보적이라도 교육문제에서는 안정을 원하는 학부모의 심리를 파고든 셈이다. 이런 전략이 주효했음은 대선에서 서울시민이 문재인 후보에게로 기울었지만 교육감 선거에서는 문용린 후보가 이 후보를 15%포인트가량 차로 누른 사실이 잘 보여준다.

문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출구조사 발표 및 개표 시작 전까지 가슴을 졸였다. 그만큼 승리에 이르는 과정이 험난했다.

지난달 2일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와 교육계 원로회에 의해 보수우파 단일 후보로 추대될 때만 해도 승리를 점치는 교육계 인사가 많았다. 하지만 2년 전처럼 보수 후보가 난립하며 발목이 잡혔다. 이상면 최명복 남승희 후보가 보수 진영의 표심을 분산시킨 것.

반면 좌파 진영에선 이수호 후보가 일찌감치 단일 후보로 나서며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치고 나갔다.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우파 진영은 6명이 65% 이상의 표를 얻었음에도 34.3%를 얻은 좌파 단일후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패했다.

서울교육이 다시 좌파에게 넘어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우파 진영이 다시 뭉쳤고 여기에 중도 성향 유권자까지 가세했다. 여론조사에서 10%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이상면 후보는 “문 후보를 돕겠다”며 14일 사퇴했다.

문 당선인이 서울교육의 수장에 오르게 됨에 따라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교육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은 예산이 더 확보되지 않으면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좌파 진영이 축소나 폐지를 주장한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는 “당장 손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1 시험 폐지, 종일제 돌봄학교 시행 등의 공약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시교육감#문용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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