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연하 내연男 양자로 입양 60대여성이 보험금 노려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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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화 위해 만나다 연인 사이로… 다른 여자 만나자 관계 악화
친아들 부부 끌어들여 범행

60대 여성 등 일가족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내연 관계이자 양아들로 입양한 40대 남성을 살해했다가 뒤늦게 경찰에 검거됐다. 상당한 재력가인 이 여성은 이 남성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술을 먹으면 자주 폭력을 휘두르자 친아들 부부를 끌어들여 범행을 저질렀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살인 등 혐의로 윤모 씨(64·여)와 윤 씨의 친아들 박모 씨(38)를 구속하고 며느리 이모 씨(35)를 불구속 입건했다. 윤 씨는 2010년 2월 10일 오전 2시 50분경 안양시 자신의 집에서 양아들 채모 씨(당시 42세)에게 수면제를 탄 홍삼즙을 마시게 해 잠들게 한 뒤 거실 연탄난로 덮개를 열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검 결과 채 씨 몸에서는 1회 복용량의 30∼60배의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고, 사인은 수면제 과다 복용 및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밝혀졌다.

윤 씨와 채 씨는 2002년 안양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처음 만났다. 고아 출신인 채 씨는 한때 조직폭력배 활동으로 수감된 바 있고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한 뒤 서울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었다. 천주교 신자인 윤 씨는 상당 기간 교도소 재소자 교화 활동을 해왔으며, 당시 윤 씨는 채 씨를 교화시킬 목적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채 씨는 윤 씨의 돈을 보고 만남을 시작해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며 같은 해 윤 씨 집에서 동거까지 시작했다.

윤 씨는 스무 살 차이가 나는 남자와 한집에서 산다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2004년 채 씨를 양아들로 입양했다. 그러나 채 씨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술을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는 일이 잦아지자 관계가 악화됐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살인을 결심한 뒤 채 씨 이름으로 사망 시 4억3000만 원을 받는 종신보험 등 3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채 씨는 윤 씨 도움으로 9개의 보험에 사망 시 2억 원이 나오는 일반 생명보험에도 가입된 상태였다. 윤 씨 등은 범행 며칠 전 친아들 부부와 안양, 서울, 강원 평창을 돌며 의사의 처방을 받아 수면제 80여 알을 나눠 구입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당시 채 씨가 자살할 이유가 없고, 유족들이 부검을 원치 않자 이를 수상히 여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해 수면제 과다 복용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윤 씨 등이 자신들이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를 샀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올해 5월 재수사에서 윤 씨 등이 병원에서 불면증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사건 당시 인터넷으로 수면제 관련 검색을 수차례 한 것을 확인하고 재차 추궁한 결과 전모를 밝혀냈다. 윤 씨의 친아들이 자신은 불면증이 없는데 어머니가 수면제를 구해 오도록 한 사실을 자백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윤 씨는 1995년 이혼한 뒤 건축자재 납품업 등을 해왔으며 자기 소유의 30억 원(공시지가 기준) 상당의 5층짜리 상가 건물에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임대료만 매달 900만 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씨는 경찰에서 “보험은 재테크 목적으로 든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양자 입양#보험금#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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