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금 떠나요]<2>‘박사마을’ 명성 춘천시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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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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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정취속 발 닿는 곳마다 명소네

수려한 북한강변의 경춘국도를 따라가면 많은 박사를 배출해 ‘박사마을’로 불리는 강원 춘천시 서면 일대가 보인다(왼쪽). 1999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세운 선양탑(오른쪽)에는 이곳에서 배출된 박사들의 명단과 마을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수려한 북한강변의 경춘국도를 따라가면 많은 박사를 배출해 ‘박사마을’로 불리는 강원 춘천시 서면 일대가 보인다(왼쪽). 1999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세운 선양탑(오른쪽)에는 이곳에서 배출된 박사들의 명단과 마을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경춘 국도를 타고 경기 가평군에서 강원 춘천시로 들어오면 북한강변을 따라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이어진다. 의암댐과 춘천댐을 지나서까지 도로 한쪽으론 북한강의 수려한 풍광이 이어지고 반대쪽에는 야트막한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마을을 이룬다. 박사마을로 유명한 춘천시 서면의 풍경이다.

○ ‘어머니 광주리에서 박사가 나왔다’

‘자식들만은 보다 살기 좋은 곳,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힘겨워도 더 많이 가르치고 또 배워야 했기에 어느 곳보다도 교육열이 높았던 마을.’

1999년 서면 금산리에 세워진 박사마을 선양탑에 새겨진 글귀다. 당시 박사 55명이 나온, 인재 배출의 요람임을 기리기 위해 주민과 출향 인사들이 모은 8000만 원으로 선양탑을 세웠다. 서면은 23개 이(里)로 이뤄진 평범한 시골 마을. 춘천 도심과는 북한강으로 단절돼 1970년대까지 배를 타고 넘나들어야 할 만큼 외진 곳이었다. 그러나 서면은 박사를 쏟아 내면서 유명해졌다. 한때 신혼부부들이 자녀를 위한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하룻밤을 머물고 갈 정도였다.

서면 출신 박사는 현재 134명으로 늘었다. 면 전체 인구가 지난달 말 1896가구 4054명이니 14가구당 1명꼴로 박사가 나온 셈이다. 선양탑에는 서면 출신 박사들의 이름과 출신 대학, 학위 등이 순번대로 기록돼 있다. 1963년 송병덕 씨(의학박사)가 1호 박사로 이름이 올라 있고 한승수 전 총리도 서면 출신의 3호 박사다.

최선화 박사마을 관리위원(78)은 “농사지으며 자식을 키운 부모들의 교육열과 배를 타고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던 학생들의 향학열, 장학금 지원 등 지역의 노력이 많은 박사를 배출하게 된 원동력”이라며 “특히 ‘어머니 광주리에서 박사가 나왔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농산물을 시내에 이고 나가 팔던 생활력 강한 어머니들의 뒷바라지가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곳곳이 명소…관광객 발길 이어져

서면은 각종 문화 유적과 애니메이션박물관, 현암민속박물관 등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고려의 개국공신인 장절공 신숭겸의 묘가 있다. 신숭겸은 927년 대구 공산에서 후백제 견훤군과 싸우다 왕건이 위험에 처하자 왕의 옷으로 갈아입고 싸우다 전사한 충절의 대표적 인물이다. 적군이 목을 베어 가자 왕건은 금으로 머리를 만들어 장사를 치렀다. 신숭겸의 묘는 봉분이 3개인 1기 3분(一基三墳)의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도굴을 염려해 2개의 봉분을 더 만든 것이라고 한다.

1981년 학계에 알려진 방동리 고구려고분(석실 무덤)을 비롯해 월송리 삼층석탑, 서상리 삼층석탑, 조선 현종의 장인인 청풍부원군 묘역, 임진왜란 때 전사한 충장공 한백록의 묘가 있다. 옛 사람들의 묘가 많은 것은 서면이 풍수지리상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 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지난해 유료 관람객이 20만 명일 만큼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춘천의 명소다. 애니메이션 제작과 더빙, 구름빵 웹 체험 등 체험 시설도 많아 인기가 높다. 서면에서는 자전거 행렬이 자주 눈에 띈다. 북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길의 아름다움이 소문나면서 주말이면 수도권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찾아와 은륜의 행렬이 쉼 없이 이어진다. 특히 신매대교∼애니메이션박물관∼의암댐을 잇는 12km 서면 구간이 백미로 꼽힌다. 경춘선 전철을 이용해 자전거를 싣고 오면 춘천역에서 자전거길을 타고 도심을 지나 서면 구간으로 연결된다. 이 밖에 삼악산과 북한강변 낚시터에도 등산객과 낚시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운탕과 토종닭, 두부 요리 등 소문난 맛집도 많다. 서면 출신인 한범수 면장은 “최근 애니메이션박물관과 자전거길을 찾는 외지인이 늘면서 음식점 손님이 증가하는 등 지역 경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시골 정취와 도회적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서면의 매력이 점차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춘천시#북한강#서면#박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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