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사건, 사법부 제 역할 못했다” 51년만의 법정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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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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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사형당한 심문규 씨 재심서 판사가 유족에 사과

“심문규 씨(사진)가 대한민국의 떳떳한 일원이었다고 선고함으로써 고인이 된 심 씨와 인고의 세월을 견뎠을 유족의 명예가 조금이라도 회복되기를 빕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1961년 육군첩보부대(HID) 위장간첩 조작사건으로 사형당한 심문규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날 법정을 찾은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재판부는 “군 검찰이 낸 증거서류 어디에도 심 씨가 위장 자수했다는 내용이 없고 심 씨가 563일 동안 불법 구금돼 조사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증거의 신빙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현대사의 격동기, 우리 사법체계가 정착 및 성숙되기 전의 일이지만 인권보호의 책임을 가진 사법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재심 재판부는 죄송함과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숨진 아버지 대신 이날 법정을 찾은 아들 한운 씨(63)는 선고 뒤 “아버지 시신이 어디 있는지 아직도 정부가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내 나이를 생각해 검찰이 항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 씨는 1955년 북한에 넘어가 공작활동을 하다 체포돼 대남간첩교육을 강요받았다. 이를 거부했던 심 씨는 북에 귀순한 HID 대원으로부터 자신을 찾아다니던 아들까지 북파공작원 교육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간첩교육을 받은 뒤 서울로 넘어와 자수했다. 군 검찰은 그를 위장 자수한 이중간첩으로 보고 기소했으며 중앙고등군법회의가 사형을 선고해 1961년 5월 대구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위장간첩사건#재판장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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