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스타-시즌2]<15>‘중국어 짱’ 대전 서일여고 3학년 박주희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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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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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드라마 보며 키운 중국어 열정, 꿈으로 승화시켰죠

중고교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을 꿈꾼다. 어느 날 갑자기 짝사랑하던 이성친구로부터 한 편의 시(詩)처럼 아름다운 고백을 듣는다거나 서로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콩닥콩닥하는 그런 사랑을 말이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여고생이 멋지고 예쁜 남녀 주인공 간의 흥미진진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로맨스 드라마에 푹 빠지곤 한다.

그런데 여기 로맨스 드라마를 통해 뒤늦게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고 이를 키워가는 한 고교생이 있다. 대전 서일여고 3학년 박주희 양(18)이 그 주인공.

박 양은 대만·중국드라마 ‘마니아’다. 지금까지 섭렵한 드라마만 20여 편. 중3 겨울방학 때 한 케이블채널에서 일본 인기만화 ‘장난스런 키스’를 원작으로 한 대만드라마 ‘어쭤쥐즈원(惡作劇之吻)’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남녀 주인공 간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드라마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중국의 모습도 예뻤고 우리나라와 다른 식사예절 등 중국 문화도 흥미로웠어요.”(박 양)

○ 대만드라마 보다가 중국어에 푹 빠지다

대전 서일여고 3학년 박주희 양은 대만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았다.
대전 서일여고 3학년 박주희 양은 대만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았다.
대만·중국드라마를 자주 접하면서 자연스레 ‘다자하오(大家好·여러분 안녕하세요)’와 같은 간단한 회화 수준의 중국어 대사는 한국어 자막 없이도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점차 ‘중국어’에 욕심이 생겼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대사를 누군가 번역해놓은 한국어 자막에 의지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정확히 이해하고 싶어졌다.

박 양은 고1 여름방학 때부터 중국어 학습지를 시작했다. 한자를 외우는 것이 어려웠지만 여태껏 단순히 듣기만 했던 드라마 속 대사를 어떻게 쓰고 읽는지를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 드라마를 보고 기억에 남는 중국어 대사는 일단 한국어 자막을 메모해 두었다가 이 자막을 다시 중국어로 옮기면서 노트에 정리했다. 중국어 문장은 통째로 외웠다.

고2 1학기 초에는 친구들과 함께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중국어 학습동아리 ‘퍼니 차이니스(Funny Chinese)’를 만들기도 했다.

구체적인 꿈도 생겼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뒤 동시통역사가 되는 것. 인기 대만, 중국 배우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정확히 듣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난생처음 좋아하는 분야와 꿈이 생긴 박 양.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녹지 않았다. 반 10등 안팎에 머무는 성적으로는 원하는 대학 중국어학과에 진학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원하는 대학 중국어학과에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대학 홈페이지에서 중국한어수평고시(HSK) 점수와 면접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박 양)

○ 고2 1학기가 끝날 무렵부터 HSK 대비 공부에 돌입했다.

박 양의 첫 목표는 HSK 4급. 평소 드라마를 통해 재미있게 중국어를 공부한 덕에 4급 시험에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하지만 다음 단계인 5급은 만만치 않았다. 독해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고 듣기평가 속도는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특히 주어진 몇 개의 단어 혹은 그림을 토대로 중국어 문장을 써야 하는 작문시험은 손도 대지 못했다.

“5급 시험은 통과하지 못했어요. 중국어 단어나 문법 같은 기초실력이 부족한 탓이었죠. 갑자기 중국어 공부가 두려워졌어요.”(박 양)

중국어 향한 재미와 열정, 진정한 실력으로 승화시키다

박 양은 고2 여름방학 때 부모님의 권유로 ‘중국어 해외캠프’에 다녀오면서 슬럼프를 극복했다.

“한 달 동안 중국 대학교의 기숙사에 머물면서 현지 교수님과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하루 종일 중국어 공부만 했어요. 내가 그토록 원하던 중국에서 좋아하는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즐거웠어요.”(박 양)

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박 양은 요령을 피우지 않고 HSK 문제집을 풀었다. 가끔 공부에 지치면 캠프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고2 여름방학부터 겨울방학 시작 전까지 6개월간 푼 문제집 수만 40여 권. 중요한 문제집 3, 4권은 두세 번씩 반복해 풀었다.

노력의 결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고2 2학기 때는 대구외국어대가 주최하는 ‘말하기 대회’ 중국어부문에 처음 참가해 외국어고 국제고 학생들을 제치고 대상을 탔다. 고3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HSK 급수 중 가장 높은 6급 시험을 통과했다. 최근에는 한중우호협회가 주최한 ‘금호아시아나배 고등학생 중국어 말하기 대회’ 비전공·비유학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평소 희망하던 대학의 중국어특기자전형에 지원한 박 양은 서류평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부쩍 는 중국어 실력에 비해 아직 모의고사 점수는 제자리걸음이에요.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까지 최선을 다해 공부하려고요. 중국어학과에 진학해 중국어 동시통역사라는 꿈을 이룰 때까지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박 양)

※‘공부스타 시즌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학생 등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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